반기문 “난민 사태는 우리 집단 양심의 시험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난민 위기는 우리의 집단 양심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기고에서 “지난해 전세계에서 2540만명의 난민을 포함해 6850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이중 1%도 안되는 사람들만 수용됐다”며 “이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할 수 있느냐가 우리의 집단 양심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한 나라는 터키, 파키스탄, 우간다, 레바논, 이란, 방글라데시, 수단 등 신흥국들”이라며 “반면 번영한 나라들 중 독일을 제외하고는 공평한 짐을 나눠지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유한 나라들은 적어도 지난해 재정착한 난민들의 1% 정도가 아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을 받아들이고 재정착시켜야 한다”며 “이같은 공평한 책임 분담이 국제 연대의 위기를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일부 국가에서 발호하는 반난민 정서와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들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일부 국가의 지도자들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해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을 지나치게 조장하고 있다”며 “유엔은 난민 부담을 보다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도록 ‘난민 글로벌 협약’을 추진 중이지만 상당수 국가에서 이민자들에 대한 민족주의적 공포를 자극하는 포퓰리스트들의 반발의 그림자 속에 놓여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이주민 글로벌 협약’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탈퇴는 국제 연대를 약화시키는 매우 유감스러운 조치”라며 “이는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국가와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다국적 기업 등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전 세계 난민들로 구성됐던 ‘난민 올림픽팀’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정신으로 세계 난민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며 “서로, 또 난민과 함께, 단결해야만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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