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제도 개선 추진
탄력근로 3개월→6개월 검토
“섣부른 정책 수정 적절치 않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등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당·청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 이어 8월에도 두달 연속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만명을 밑돌자, 정책적 요인(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부진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수정·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도 두자릿수로 결정된 바 있으나 2020년 이후에는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완만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고용률이 6월 이후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서 마음이 무겁다”며 “기업·시장에서 하나라도 더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등 시장에서 지속 제기되는 이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이날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고용지표가 악화되자 긴급히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2분기 10만명 증가했던 취업자 수는 7월 5천명에 이어 8월에는 3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1월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심각한 고용 부진의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김 부총리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결정된 것이니 불가역적”이라며 “최저임금 문제는 소위 ‘어나운스먼트 이펙트’(공표 효과)가 크기에 최저임금 결정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을 통해 시장과 기업에 예측 가능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10.9%)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 등 이해관계자가 제기한 다양한 쟁점을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의미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구체적 방향이 있지 않고 시장과 기업에서 나오는 각종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왕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거나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최저임금위원회가 다수의견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논의한다는 것과 고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총리는 또 주 52시간 초과근무를 금지하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과 관련해서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고 대상 업종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자는 입장이며,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고용부 쪽은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에 국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부칙 조항을 넣었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 뒤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해가 되는 내용”이라며 당·정·청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인건비가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조립·봉제 산업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건 사실이다. 중소기업 사장 등 최저임금 인상을 걱정하는 분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늘리는 걸 반대하지는 않지만, 노사 간에 첨예한 이견이 있으니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도 이미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얘기했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도 했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해 부총리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 부진의 원인 분석을 좀더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정책 수정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은 결국 비용 문제인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년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아직 판단하긴 이르며, 수정 및 보완을 하려면 더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 실장은 “근로시간 단축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고 최근 취업자 수는 영세자영업자와 임시·일용직 등에서 줄고 있다. 두 사안을 직접적으로 연결해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덧붙였다.
정은주 이지혜 김태규 김보협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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