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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CBS 방송 CEO, 미투 잇단 실명 고발에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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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베스, 성추행 의혹은 부인



경향신문



미국 CBS 방송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레스 문베스(69·사진)가 성추행 의혹이 거듭 제기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CBS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문베스 회장이 회사를 떠날 것이며, 효력은 즉시 발휘된다”고 말했다.

CBS는 문베스와 함께 성범죄 폭로 운동 ‘미투(#MeToo)’ 및 직장 내 성평등을 지지하는 단체들에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문베스가 최종적으로 받게 될 퇴직금에서 공제될 예정이다.

문베스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7월 뉴요커 보도로 처음 불거졌다. 당시 6명의 여성이 문베스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9일 또 다른 여성 6명이 뉴요커를 통해 피해 사실을 추가 공개했다. 문베스의 사임은 뉴요커의 후속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결정됐다. CBS는 7월 최초 보도 이후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여성들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문베스가 동의 없이 자신의 알몸 사진을 보여주거나 유사 성행위 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거부한 후 승진이나 재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여성들도 있었다. 작가, 메이크업아티스트 등 방송계 종사자였던 이들은 모두 실명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 문베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뉴요커에 보낸 반박 성명에서 “25년 전 CBS에 오기 전 세 명의 여성과 합의하에 관계를 맺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여성의 승진이나 경력을 방해하는 데 내 지위를 이용한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CBS와 문베스가 서명한 고용계약서에 따르면, 그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될 경우 1억8000만달러(약 2030억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돼 있다. 퇴직금 지급은 현재 CBS가 진행 중인 성추행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유예된다.

문베스는 1995년 CBS 예능본부장으로 입사했고 2006년부터 CEO로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2016년 CBS 그룹 전체 회장으로도 승진했다. <CSI 과학수사대> <빅뱅이론> 등 프로그램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CBS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연 6840만달러(약 771억원)의 소득을 올려,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은 임원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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