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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선생님의 여성혐오 더이상 못참아”…트위터로 ‘스쿨 미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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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위터에서 ‘#○○중·고_미투’ 해시태그로 공론화

재학생·졸업생으로부터 제보받고 사과, 재발방지 요구

일부 학교는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 나서

제보자 색출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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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남자 선생님은 학기 초부터 성적인 말과 여성혐오를 계속 해왔습니다.

-너희는 내 앞에서 자면 안 된다. 나는 남자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자는 건 위험한 일이다.

-너희 반은 대답을 너무 안 한다. 원래 여자는 매일 웃고 싹싹해야 한다. 너희 같은 대답 안 하는 딸들이 있을 바엔 내가 아들 혼자 있는 게 훨씬 좋다.

-여자 몸무게가 60킬로가 넘는 게 말이 되냐. 나보다 살찐 친구들은 빼 와라.

-여자는 허벅지가 튼실해야 된다.

-이건(전자칠판) 왜 이렇게 터치가 예민하냐. 지나가다가 스치기만 했다고 미투 하는 여학생들 같다.

-(수학여행에 가서 담임반 학생이 친구들과 장난치고 있던 상황) 나랑 맥주 마시고 싶냐.

등등 많은 성희롱적인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었습니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미투(@CJ_METOO_) 고발 내용 중 일부





“오래전부터 그 차별 발언을 자각하고 그것을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그에 대항했다가 자신에게 올 불이익이 두려워 함부로 공론화시키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차별 발언에 분노하며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사과와 정정을 요구합니다. (중략) 아래 발언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들은 발언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1) ㅎ모 국어교사

-강간 당할 것 같으면 오줌을 싸라. 그럼 더러워서 안 할 거다.

-여자가 야하게 입고 다니면 남자들은 성욕을 참을 수 없다.

(2) ㅎ모 사회문화 교사

-미투운동은 예전 같았으면 안 일어났을 일이다. 미투, 성범죄 등이 옛날이었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고, 나도 과거에 아내를 때린 적이 있다.

(3) ㅈ모 한국사 교사

-짧은 치마는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입지 마라.

(4) ㅇ모 한자 교사

-(성추행 관련해서) 힘들고 그런 거 공감은 하지만, 남자는 원래 그렇다. (후략)”

-대구 혜화여자고등학교 미투(@hyehwa_metoo) 고발 내용 중 일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스쿨 미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청주여상_미투’, ‘#혜화여고_미투’, ‘#소선여중_미투’, ‘#경화여중_미투’ 등 관련 해시태그를 집중적으로 리트윗(RT)하는 방식으로 학내 성희롱·성추행을 공론화하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각 학교의 ‘미투’ 고발계정은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뒤, 제보 내용을 SNS에 공개하며 해당 교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0일 현재 ‘미투’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거론되는 학교는 10곳이 넘는다. 지난 주말 이후 고발에 동참하는 학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공개된 제보 내용을 살펴보면, “(선생님이) 화장실에 가서 옷을 벗고 오면 수행평가를 만점을 주겠다는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들으면서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고 생기부(생활기록부) 때문에 선생에게 그만두라고 말하지 못했다”, “ㅇ모 선생님은 친하게 지내는 학생들을 집에 차로 데려다준다. 학생이 뒷좌석에 타고 있으면 운전석에서 손을 달라고 해 손을 잡고 운전을 했고 집에 도착하면 내려서 학생의 손등에 뽀뽀를 했다”, “도덕 교과를 담당한 남교사가 여학생들에게 ‘예쁜 여학생이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고 했다. 남교사는 여학생들의 팔을 상습적으로 만져댔다” 등 여학생을 상대로 한 교사들의 성희롱·성추행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공론화 계정이 생기기 전부터 교내 성폭력은 존재했다. 당시 교감에게 신고한 적이 있었는데 가해 선생에게 경고를 할 뿐 신고와 처벌은 되지 않았다”, “우리의 고통이 후배들에게까지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전의 일들을 똑같이 되풀이할 수 없다”며 학교 쪽의 명확한 재발방지 대책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거론되는 학교 가운데 일부는 학생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의 김기현 교감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모든 문제를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파악하고 학생 여러분이 원하는 바를 적극 수용하도록 노력하겠다. SNS 계정의 글들을 철저히 조사해 처리 내용을 학생들에게 공지하겠다”라는 입장문을 직접 ‘청주여상 미투’ 고발계정을 통해 밝혔다. 김 교감은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0일 오전 강당에서 공개토론회를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10일 오후부터 전수조사를 한 뒤, 절차에 따라 징계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화여자중학교 관계자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9일 오후 트위터에서 ‘경화여중 미투’를 인지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했다. 10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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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생들의 고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제보자를 색출하려 하거나, 사안을 축소시키는 등의 대응방식으로 논란을 빚는 학교도 있다. ‘스쿨미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의 대구·구미지부 활동가 ‘쿼티’는 “대구 소선여중은 교사의 성폭력과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이후 관련 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가려던 학생들에게 ‘전교에서 조사받으러 가는 사람은 너뿐이다’, ‘조사 안 받으러 가면 이 일은 없던 일이 되는 거다’라며 학교 쪽이 압박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비공개 설문조사라고 해놓고 교사가 직접 설문을 작성한 학생을 만나는 일도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30∼40건 정도 제보가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8월 중순부터 불과 2주 동안 120건에 가까운 제보가 왔다”며 “지역 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여러 여성단체와 연대체를 꾸려서 계속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투’ 고발 이후 직접 교무실 앞에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던 대구 혜화여고 학생들은 “학교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학교 쪽의 대응을 비판했다. 혜화여고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투’ 고발 내용에 대해 “수업 중에 나왔던 이야기인데 정확한 사실이 파악되지 않는다. 또 교장 선생님이 대표로 (거론된) 선생님들을 대신해서 학생회 간부를 소집해 사과하고 이미 마무리가 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투’ 고발에 동참한 해당 학교 학생은 “가해 선생님이 직접 자신의 발언 하나하나를 인정하고 정정하는 사과를 원한 것이지 학교 전체도 아닌 학생회만 소집해서 사과를 했다는 것은 ‘스쿨 미투’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또 “연수를 하겠다는 말만 (학교의) 입장문에 적혀있지 앞으로 어떤 연수를 실시할 것인지,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한 말은 없다. 일부 교사는 교실에 들어와 ‘나도 대자보 올라가겠네’라는 말 등으로 미투 운동을 조롱하고 있다. 대자보를 게시한 학생을 비난하는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학교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성추행과 성차별 발언 등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는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인천 신명여고 학생들은 교장의 성차별 발언에 즉각 반발해 교장의 사과를 이끌어냈으며, 7월엔 광주의 한 고등학교 일부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교장에게 신고해 광주교육청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관련 기사 : 신명여고 교장의 성차별 발언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선생님들 성희롱 못 견디겠다” 고등학생들 신고)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선 ‘스쿨미투’ 이후 교육청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학생 대상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기사 : ‘스쿨 미투’ 서울 용화여고, 성폭력 연루 교사 18명 징계)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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