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훈련을 시작하고있다. 고양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고양=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00억 짜리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첫 막을 연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감동과 아쉬움을 함께 전한 한국 축구가 새 리더와 함께 다시 시작한다. 그냥 시작하는 게 아니다. 오는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까지 연간 50억원씩 총 200억원 가량의 ‘통큰 투자’를 통해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1막 1장이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최근 월드컵에 두 차례 연속 출전한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불러 러시아 월드컵 뒤 첫 A매치를 치른다. 코스타리카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선 부진했으나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선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잡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8강에 진출했던 세계 축구의 다크호스다. 3대 명문인 사프리사와 에레디아노, 알라후엔세를 중심으로 자국 리그가 강하고 이 중 실력 있는 선수들은 해외로 진출하는 등 개인기와 조직력의 균형이 잘 잡힌 팀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새 판짜기에 안성맞춤인 팀을 데려왔다.
벤투 감독도 화답해야 한다. 첫 경기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을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역대 축구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거액의 몸값은 벤투 감독과 코칭 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첫 번째 요인이다. 한국 축구는 2000년 12월 거스 히딩크 감독을 시작으로 지난 해 6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까지 2000년대 들어 총 6명의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했다. 이들 모두 함께 데려온 코치와 부대조건을 합쳐도 연간 25억원을 넘는 경우가 없었다. 벤투 감독은 다르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새 감독을 뽑을 때 수장은 물론 그와 호흡을 맞춘 ‘코칭 팀’까지 같이 점검했다. 그러다보니 벤투 감독과 4명의 코치들의 연봉 그리고 이들에 대한 주택이나 차량 등 각종 부대비용을 합치면 연간 50억원에 육박한다. 벤투사단을 4년 동안 고스란히 유지하면 200억원이나 투입된다는 얘기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벤투 감독 선임을 앞두고 40억원의 찬조금을 쾌척하는 등 ‘벤투호’는 한국 축구의 새 운명 개척자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축구의 월드컵 성공 사례를 쓴 히딩크 감독(2002년 4강)과 허정무 감독(2010년 16강)의 경우 데뷔전에서 각각 노르웨이, 칠레 등 만만치 않은 팀과 싸워 한 골 차로 졌다. 두 감독 모두 임기 초반 1년~1년6개월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긴 안목으로 대표팀의 체력과 조직력을 쌓고 어려울 때 주장 교체(홍명보, 김남일) 등의 혁신을 꾀하면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코스타리카전에 임하는 벤투 감독 역시 당장의 코스타리카전 그리고 11일 칠레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그가 우승을 목표로 한 내년 1월 아시안컵, 멀게는 2018년 11월 카타르 월드컵까지 점진적으로 대표팀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첫 경기를 그냥 흘려보낼 순 없다. 결과를 뛰어넘는 의미 있는 내용,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변화, 선수들과 다시 뛰기 위해 펼쳐보이는 승리에 대한 집념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 위원장은 “경력에 스크래치(상처)가 있어 벤투 감독의 동기부여가 남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에겐 중국구단 충칭 역사에서 2번째로 짧은 기간에 물러난 아픔이 있다. 코스타리카전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벤투 감독의 축구도 궁금하다. 그는 좌·우 측면 날개들의 역동성을 살리고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기 지배력을 늘리는 4-3-3 포메이션을 주로 썼다. 지난 3일부터 소집된 대표팀 훈련에서도 이 포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비공개 훈련을 이틀 연속 진행하며 데뷔전을 월드컵처럼 준비했다. 벤투 감독의 200억 짜리 블록버스터 첫 편을 3만5000여명 만원 관중이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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