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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고용쇼크]“취업요? 다음 달에”…에코세대 취포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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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두 손을 모으고 채용기업 리스트를 지켜보고 있는 취업준비생. [헤럴드경제DB]


-인구수 많은 에코세대, 취업위기는 더욱심각

-취준생들 프리터, 공사판 전전…현실도피하기도

-방황하는 취준생들 “뭘 할지 모르겠다” 하소연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에코(Echo)세대는 현재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1979~1992년 출생자를 일컫는 말이다.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의 자녀세대를 지칭한다.

에코세대는 베이비부머세대가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켰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에코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만큼 인구가 많다. 그 숫자는 약 9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숫자가 많다고 회사가 더 많이 채용하는 것은 아니니 이는 고스란히 청년실업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5∼34세 실업자는 33만8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는 1999년 43만4000명 이후 19년 만에 가장 많았다.

에코세대는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7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1.6%(복수응답)는 ‘가장 고민은 진로 및 취업’이라고 응답했다.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에서는 82.9%가 취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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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생각하기도 한다. 단순노무직 관련 채용 파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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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세대 취준생의 눈물=임명수(가명ㆍ29ㆍK대 컴퓨터공학과 졸) 씨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는 ‘취업준비생’, 친척들에게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상은 ‘말만 취준생( 실제론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는 취준생)’이다.

그는 매일 오전 집 근처 도서관에 나가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거나 웹서핑을 하고, 오후가 되면 헬스장에 들렀다 귀가하고 있다.

임 씨는 취업을 준비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뭘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업후엔 ‘한 학기만 놀며’ 남들처럼 스펙을 쌓으려고 했었다. 그랬던 시작이 벌써 4년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 기간 구직면접을 본 것은 단 한 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연습삼아 원서를 많이 넣어보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넣었던 조그만 건설회사에서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때 겪은 기억은 트라우마가 됐다. 임원진들은 건설에 무지한 그를 크게 면박했다.

주위 친구들이 “언제 취직 할 거냐”고 닥달하면, 그는 항상 “다음달“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취직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너무 오랜시간 움츠려 있던 탓에 밖으로 나가 설 자신이 없다.

강재석(가명, 28, H대 법학과 졸) 씨는 두차례 직장에 합격했음에도 여전히 ‘취업준비생’이다. 첫번째는 대기업, 두번째는 대학 교직원으로 취직했지만 모두 사표를 냈다.

처음 갔던 대기업은 대학 시절부터 가고 싶던 회사였다. 하지만 과도한 업무량과 수직적 조직문화를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이후 교직원이 됐지만 학교 조직문화도 견디기 어려웠다.

학점이 4.5점에 육박하고, 어학성적과 대외활동 경력도 풍부하지만 무얼 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고 했다. 현재는 학점을 살려 로스쿨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

박정란 상명대 취업센터 팀장은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기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학생들은 원하는 게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국가에선 학생들의 실무경험을 늘리는 취업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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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공고를 보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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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못한 에코세대 프리터 전전, 공사판 뛰어들기도 =에코세대 김석희(가명ㆍ35ㆍK대 생명공학부 졸) 씨는 두가지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학원에서 문제풀이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강사로 일하며, 논술학원과 취업스터디에서 자소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첨삭해준다.

졸업할 즈음 취업이 되지 않자, 그는 오랜시간 학생 신분을 유지해왔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대우가 좋은 모교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고향이 경남인 그는 근로장학생과 고등학생 과외를 통해 생계비를 벌며 취업준비를 했다. 그런데 취업이 잘 되지 않았고 수년간을 전임 과외교사로 일했다.

입소문을 타고 이어져오던 과외생활은 최근 맡고 있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끊겼다. 파트타이머 일자리를 여러개 갖는 ‘프리터족’으로 살아가는 것은 이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방송국 프로듀서 시험을 준비했던 최정민(가명ㆍ30ㆍA대 경영학과 졸) 씨는 경기도의 공사현장에서 시다(보조)로 배선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듀서를 꿈 꾸던 최씨에게 배선작업은 용돈벌이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본업이 됐다.

벌이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가 현장에서 일하며 받는 돈은 일당 13만원, 야간 근무 시에는 여기에 11만원이 추가된다. 달마다 차이가 아지만 한달에 250만~400만원의 돈을 번다.

그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공사일을 계속 할 것 같다”면서 “공사장 일은 걱정없이 몸만 쓰면 되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 실패했을 때 상황을 도피한다. 은둔형외톨이가 되거나 사이버중독 등에 빠지기도 한다.

장수미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지난 2013년 논문 ‘대학생의 취업스트레스와 중독행동의 관계’에 따르면 대학생의 취업스트레스는 인터넷중독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 교수는 논문을 통해 “취업을 앞둔 대부분의 대학생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은 필수적인 활동이며, 부모나 학교의 통제없이 인터넷사용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인터넷중독에 보다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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