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 정보' 홈페이지 갈무리 |
#1.서울 송파구의 한 치킨집 사장 이모씨(44)는 요즘 울상이다. 지난 4월 늦은 밤 들어온 청년 2명에게 술을 판 게 화근이 됐다. 이들은 소주 4병과 치킨을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만 16세 고등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이씨는 "(미성년자들이)가짜 신분증을 사용해 업주를 속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남성우 판사는 "(미성년자들이)신분증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가짜 신분증을 사용했거나 몰래 들어왔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을 들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2. 대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61)는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조치에 불만이 크다. 가뜩이나 인건비 등 부담으로 카페 운영이 쉽지 않는데 일회용컵 사용에 따른 책임을 업주에게만 물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일회용 컵이 금지되면서 설거지할 종업원을 고용해 인건비도 오르고 업무강도가 커졌다"며 "간혹 매장 내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손님으로 인해 과태료를 물까봐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미성년자 가짜 신분증에 속아 술 판매"
미성년자 음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등 식품위생 관련 주요 규정이 자영업자들에게만 책임을 지게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법 규정으로는 자영업자가 의무를 다해도 처벌받을 수 있어 관련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공문서 위조,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 미성년자 음주 관련 범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성년자 공문서 위조는 2008년 1105명에서 지난해 1581명으로 늘었다. 청소년보호법 위반(유해약물 판매) 적발도 같은 기간 6677건에서 8927건으로 2000건 넘게 증가했다.
실제 지난 6월 부산에서는 10대들이 유흥주점에서 100만원 넘는 술판을 벌인 뒤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영업정지를 운운하며 업주를 협박하기도 했다.
점주들은 벌금 보다 무서운 게 영업정지라고 입을 모은다. 생계가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다 발각된 경우는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2개월 처분 및 영업등록 취소 등을 부과 받는다.
지난 5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소년 음주예방 준수사항을 이행한 가게 점주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면제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 공포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해당 법안 소관위 심사에서 식품의약안전처는 "개정안 준수사항만으로 영업자가 관리 책임을 다하였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행정처분 회피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일회용컵 단속 나올까...대응 '막막'
카페나 패스트푸드 등 외식 자영업자들의 부담마저 커졌다. 지난달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과태료는 면적과 이용 인원, 적발 횟수에 따라 5만~200만원이다.
문제는 손님이 일회용컵을 사용해 매장 내에서 음료를 먹게 되면 모든 책임을 업주가 지게 된 점이다. 고객이 일회용컵을 고집하거나 외부에서 먹겠다고 속인 뒤 매장 내에서 먹게 될 경우 업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막는 게 힘들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태료는 기계적으로 실적을 위한 부과가 아니다. 분명 업주 분들이 힘든 부분이 있지만 환경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일회용컵 규제를 소비자에게 적극 홍보해 업주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이동주 사무총장은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책임을 다해도 영업정지나 과태료를 받게 될까봐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에 대한 융통성 있는 정책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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