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동아일보 상대 손배소 첫 기일
고은측 “허위 주장… 동석자 증언 제출”
최영미측 “아직 안 낸 증거자료 많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에서 열린 첫 기일에서 고 시인 측 변호인은 “고 시인은 그러한(성추행) 사실이 없는 만큼 피고들의 주장은 허위”라며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사람의 진술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시인의) 위법성이 조각(불성립)될 만한 입증 내용도 없다”며 “진실 입증이 문제가 될 텐데 이 부분은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씨 측 변호인은 “최 시인이 제보한 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라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 시인 측이 주장하는 (성추행이 없었다는) 근거는 당시 술집에서 일한 한모 씨의 페이스북 글 단 하나”라며 “이것만 갖고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아직 내지 않은 다른 증언 자료도 많이 가지고 있다. 한 씨가 증언하러 나오면 다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과 함께 고 시인에게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박진성 시인(40)의 변호인도 “문단에 무용담처럼 떠돌던 고 시인의 기행 및 추행에 대한 이야기들을 박 시인이 2008년 눈앞에서 확인했다”며 “최 시인이 목격한 고 시인의 행위를 다른 이들의 증언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본보는 2월 고 시인이 2008년 한 대학 초청 강연회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는 박 시인 등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어 고 시인이 1992년 겨울부터 1994년 봄 사이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모습을 직접 봤다는 최 시인의 기고를 보도했다. 고 시인은 이를 부인하며 최 시인과 박 시인에게 각 1000만 원, 본보와 동아닷컴, 취재기자 2명에게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종로 탑골공원 인근 주점의 전 사장으로 알려진 한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최 시인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최 시인은 재판이 끝난 뒤 “싸움이 시작됐다, 전쟁이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자신이 말했던 내용은) 진실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을 말하면서 고은 이야기를 안 하는 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최영미 개인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문인들에게 호소했다.
김윤수 기자 ys@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