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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미투공방' 중심에 선 고은…한국문단의 별에서 '별똥별' 신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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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확히 어떤 손해가 원고(고은 시인)한테 발생했다는 것인가” (최영미 시인 측)

“존재하지 않는 성추행에 대한 입증이니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은 시인 측)

고은 시인이 자신의 성추문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 등과 법정공방을 시작했다. 한국 문단의 한줄기 별빛으로 빛나며 한때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제기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두고 후배 문인들과 진실공방을 벌여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이성윤)는 31일 고 시인이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최 시인은 법정에 출석했지만 고 시인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송을 낸 고 시인 측은 “원고(고 시인)는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는 만큼 피고(최 시인 등)들의 주장은 허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성 부분에 대한 입증이 문제가 되는 만큼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최 시인의 대리인은 “피고가 제보한 건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내용이라 명백하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는) 원고 주장의 단 하나 근거는 술집 주인 이야기인데 우리 측엔 고 시인이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행동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 시인 측도 “2008년 4월 박 시인이 직접 목격한 사실”이라고 맞섰다.

이날 법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쪽과 의혹 당사자 측은 서로 ‘먼저 주장을 입증해보라’며 소모적인 말다툼을 한참 동안 이어갔다. 보다 못한 재판부는 “서로 책임 전가를 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한이 없다”면서 “입증할 계획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결국 재판은 양측이 각자 주장의 입증 계획을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하기로 하고 마무리됐다. 최 시인은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문인들이 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영미 개인이 아닌 정의를 위해 나서달라”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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