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왼쪽 두번째)이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회 변론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8.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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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이 자신이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 측은 "명박한 사실"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31일 고 시인이 최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에서 양측은 고 시인의 성추행 진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고 시인은 지난달 17일 자신이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한 최 시인과 이를 지지한 박진성 시인, 이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총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 시인 측은 "성추행을 한 사실이 없다"며 최 시인 등의 폭로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혹이 진실인지 여부는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시인 측 대리인은 "남에게 들은 것도 아니고 직접 듣고 본 명백한 사실"이라며 "최 시인이 본 것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증언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0년 10월 문단의 여러 소문들에 대한 기자들의 요청이 있었고 당시 본인이 겪은 일이라 바로 (고 시인의 추행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고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한) '괴물'이라는 시를 쓴 것도 2016년 이전으로 실제 있었던 일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 시인의 영향력 때문에 목격자들이 법정 증언을 힘들어하는 만큼 비공개 재판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박 시인 측 대리인은 "고 시인에 대해 자신이 본 것과 똑같은 이야기가 나오자, 이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계간문화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린 최 시인의 시 '괴물'이 고 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2월 불거졌다.
시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시 '괴물'을 시작으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최 시인은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박 시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저는 추악한 성범죄 현장의 목격자이며 방관자"라며 "최영미 시인을 응원한다. 제가 보고듣고 겪은 바로는 최영미 시인의 증언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라며 최 시인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 시인은 글을 통해 한 대학 초청 강연회 뒤풀이 자리에서 고 시인이 옆에 앉은 여성의 신체 부위를 더듬고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박 시인은 "고 시인의 행동은 당시 동석자였던 여성 3명에 대한 '희롱'이었으며 그 장면을 본 자신도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며 "밉보일까 봐 당시 동석했던 여성분들께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파문이 일자 고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놓고 “나는 이미 ‘나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고통을 준 것을 뉘우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상습적인 추행’ 혐의는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후 영국 출판사를 통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집필을 할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고 시인이 소송을 내자 최 시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분명한 사실은 고은 시인이 술집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내가 목격했다는 것"이라며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에는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보희 , 안채원 인턴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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