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경에서 지난해 난민 4만명 이탈리아로 돌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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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난민문제를 놓고 유럽의 동·서간 분열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난민문제에서 지리적으로 한발짝 물러서있는 서유럽 국가들은 계속해서 인도주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난민문제로 이미 사회혼란이 심각한 상태에 놓인 이탈리아, 헝가리 등 동쪽에 놓인 국가들은 인도주의를 외치는 국가들의 행태는 위선에 불과하다며 맞서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마테오 살바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이탈리아가 난민을 저지하는 것과 관련해 훈계하지 말라"며 비난발언을 이어갔다. 살바니 부총리는 "프랑스는 작년 이래 4만명 이상의 난민을 국경지역에서 이탈리아로 되돌려보냈다"며 "이는 연대나 환영과 거리가 먼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살바니 부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난민문제를 놓고 격렬한 설전을 이어왔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은 살바니 부총리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싸잡아 비난하며 "국수주의자들과 증오의 언사를 퍼트리는 세력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살바니 부총리는 물론 오르반 총리까지 나서 "유럽에 두 진영이 있는데 하나는 마크롱이 이끄는 난민 지지세력, 다른 하는 불법 이민을 막는 우리"라고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난 발언을 이어갔다.
난민문제를 두고 지난 6월 이후 계속 설전을 벌이고 있는 살바니 이탈리아 부총리(왼쪽)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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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월, 이탈리아가 지중해 난민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한 일을 두고 비인도적처사라며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살바니 부총리는 프랑스가 겉으로만 인도주의를 외칠 뿐, 실제 자국 국경에서는 난민들을 혹독하게 단속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위선자라고 공격했다. 각국 지도자들이 서로 성토를 이어갈 정도로 유럽연합(EU) 전체에 인도주의와 반난민 정책간의 대결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난민문제는 EU 결속력의 상징적 조치라 할 수 있는 '솅겐조약'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솅겐조약은 EU 내 22개 국가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을 포함해 유럽의 26개국에서 체결한 국경 개방조약이다. 솅겐조약 포함국들은 국경을 철폐하고 출입국 수속을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며, EU의 결속력 유지를 위한 기초 조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동 난민들이 수십만에서 수백만씩 동유럽과 지중해 연안국으로 밀려들어오면서, 당사국들은 국경 폐쇄와 난민 단속에 들어가 사실상 솅겐조약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난민 처리를 놓고도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당사국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난민문제 당사국이 된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동부와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난민이 첫발을 디딘 나라에서 난민을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EU의 '더블린 협약'으로 인해 자국에만 난민 문제가 부과되고 국경이 인접하지 않은 서유럽 국가들은 인도주의만 외친다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따라 사회혼란과 물가상승, 재정악화 등을 동시에 겪게 된 난민문제 당사국들은 강경한 반난민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극우성향의 연립정권이 장악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덴마크, 헝가리, 폴란드 등 많은 나라들이 반난민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헝가리의 경우에는 지난 6월, 난민을 돕는 개인, 인권단체들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반난민법'을 통과시켰다. 그만큼 난민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인도주의 정책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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