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방송사 ARD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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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가 터키에 긴급 자금 지원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입김이 센 국제금융기구(IMF)의 터키 지원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난민 유입 등의 직·간접적 피해를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2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근 올라프 슐츠 독일 재무장관이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과 자금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음 달 28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을 앞두고 또 한번 사전 조율이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이 터키 지원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난민 때문이다. 2016년 3월 EU는 터키와 그리스로 유입된 불법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고, 터키는 그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받는 내용의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유럽에 정착하는 난민 수는 대폭 줄었지만 터키는 350만 난민을 수용한 세계 최대 난민 수용국이 됐다. 유럽과 중동의 길목에 위치한 터키 경제가 붕괴할 경우 더 이상 난민을 수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경제 위기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IMF의 몫이였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터키 경제 위기가 미국인 목사 석방을 둘러싼 미국과의 외교 마찰로 시작된 만큼, IMF 최대 출자국인 미국이 터키 긴급 자금 지원안에 대한 거부권(비토)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터키 입장에서도 IMF의 정치·경제 개입을 꺼리고 있다.
독일의 일대일 지원뿐만 아니라 EU 국가 합의를 통한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대출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 터키 주재 EU 외교관은 "가만히 앉아서 터키가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없다"며 "터키는 이민 문제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이나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국가"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가 IMF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터키를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난민포용책으로 인해 최악의 정치 위기를 겪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과의 외교 마찰을 감수하며 터키를 지원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도 좋지 않다. 지난주 독일 공영방송 ARD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72%가 터키 금융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독일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터키에 대한 금융 지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터키 재무부 대변인도 이날 WSJ 보도와 관련해, 현재 긴급 자금 지원에 대한 어떤 논의도 오가고 있지 않으며 터키는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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