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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투자노트] 각종 경제예측 모델을 무력화시키는 주범, 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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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출신인 윌리엄 필립스는 기계를 만드는 능력이 출중했다. 그는 전기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처음 접한 경제학, 특히 케인스 경제학에 흠뻑 취한다.

손재주가 뛰어난 그는 각 경제 부문을 의미하는 수조를 설치하고, 이를 파이프로 연결해 국민경제의 순환 모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소득에 해당하는 물을 끌어 올리면, 저축, 조세 등을 의미하는 밸브를 통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필립스 덕분에 케인스 경제학은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필립스지만, 그의 필립스 곡선은 무덤으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다. 실업률이 떨어지면(경기 호황)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 곡선이 최근 미국 경제에는 들어맞지 않고 있어서다.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는 평탄하다는, 이른바 필립스 곡선 평탄화 논쟁은 정확히는 지난해 시작됐다.

실업률은 1960년대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임금과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투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필립스 곡선이 들어맞지 않고 있고, 이를 고려하면 파월이 금리 인상을 지연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피력해왔다.

그렇다면 필립스 곡선은 왜 맞지 않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령화다. 미국 고용은 늘고 있으나 대부분 고령자 고용이고, 이 때문에 임금 상승률이 높지 않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으나,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는 바로 고령화다.

고령화는 다른 지표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른 것들도 '평탄'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장단기금리 차다.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이가 계속 좁혀지고 있는데, 이 배경으로도 고령화가 꼽힌다.

27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장단기금리차 축소에 대한 보고서를 내기도 했는데, 장단기금리차 축소는 기본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장단기금리 차 축소가 염려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은행은 짧은 만기로 돈을 빌려 장기 대출을 해주는데, 단기 금리가 높다면 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장단기금리 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바로 연금 수요다. 미국 장기물은 일본, 유럽 등에 비하면 금리가 높아 장기채를 편입해야 하는 연기금이 미국 물건 위주로 매입한다는 것이다. 수급 왜곡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장단기금리 차이를 너무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래저래 고령화가 문제인가 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두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경제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는 이상, 과거 사례에 너무 통계적으로 함몰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둘째.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는 시각은 항상 버블 붕괴의 초입 때 있었던 논란이다. 과정이 다를 뿐, 역사는 항상 반복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에도 과거와 똑같을 수도 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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