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재무장관이 27일 미국의 무역 제재가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테러와 난민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압박했다.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27일 파리에서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 만난 뒤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조처는 세계 금융시스템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안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런 조처가 지역 안정을 해치면, 불행히도 테러와 난민 위기를 부추기는 혼란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의 발언은 터키를 계속 압박하면 서구에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경고’로 해석된다. 터키는 중동과 유럽을 잇는 길목에 위치한 나라이자, 미국과 서구 국가들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의 주요 협력국이었다. 터키는 또 시리아 내전 등을 피해 국경을 건너 온 300만~350만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터키와 미국의 갈등은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두고 불거졌다. 미국은 3월 초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각각 25%와 10%로 올린 데 이어, 지난 10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압박하며 이를 다시 각각 2배 올렸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리라화 가치는 한때 올해 초와 비교해 40% 이상 폭락했다. 터키도 미국산 자동차, 주류, 잎담배 등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리고,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결사항전을 이어가고 있다.
터키의 ‘스트롱맨’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리라화 폭락 사태를 터키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터키인의 일치 단결을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브런슨 목사의 석방 없이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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