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11개 갤러리 '경계없는 옷장' 주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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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작품.(롯데갤러리 제공) |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19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 앙드레김(작고)과 이신우(78)의 대표작부터 현대 작가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이들의 작품을 재조명한 '옷'까지 예술과 패션을 주제로 한 11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개점 후 처음으로 전국 11개 지점 갤러리에서 아트프로젝트 LAAP(LOTTE ANNUAL ART PROJECT) '경계없는 옷장'(BOUNDLESS CLOSET)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패션의 황금기였던 80~90년대 오뜨꾸뛰르(맞춤복)의 대명사 앙드레김과 기성복의 대모 이신우의 대표작들을 '더블 엣지'(Double Edge) 전에서 만날 수 있다.
두 디자이너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앙드레 김은 오랜 시간을 들여 오직 한 벌의 옷을 만드는 오뜨꾸뛰르를 지향한 반면 이신우는 '아름다운 옷은 독점의 권리를 벗고 공유돼야 한다'는 기성복 옹호자였다.
또 앙드레 김은 남성이면서도 흰색을 위주로 한 여성의 탐미적 세계를 고집스럽게 표현한 반면 검정색으로 대변되는 이신우는 여성 디자이너이지만 이신우 옴므를 출범해 기존 남성복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남성복과 여성복이라는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을 많이 시도했다.
특히 앙드레 김의 대표작인 조선조 공주의 대례복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칠갑산'과 이신우가 옛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드레스 '고구려'를 현대적으로 재작업한 최근작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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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실크오간자에 붓터치가 들어간 튜닉형 원피스, 90년초 도쿄컬렉션, photo by 장 루이볼프.(롯데갤러리 제공) |
전시를 앞두고 만난 이신우 디자이너는 "옷과 패션이라는 것은 평생 저에게 고민이 되는 단어였다"면서 "열심히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IMF가 터진 뒤 회사가 넘어가고 얼마되지 않아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앙드레김을 우연히 만났는데 먼저 다가와 "꼭 재기하세요"라며 등을 두드려준 에피소드도 전했다.
앙드레김과 이신우는 흰색과 검은색, 맞춤복과 기성복으로 대표될 만큼 추구하는 세계가 달랐지만 앙드레김은 동양적인 자수로, 이신우는 나전칠기 기법과 특수 처리한 한지 등을 패션 디자인에 응용하는 등 동양적인 것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앙드레김의 아들이자 '앙드레김 아뜰리에' 김중도 대표는 "아버지의 의상을 보고 같은 의상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버지는 옷마다 다른 자수를 새길 만큼 매 시즌마다 다 다르게 만들었다"면서 "아버지의 디자인 세계를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선뜻 전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두 대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에서 바라본 몸과 옷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들을 보여주는 '코드 스티치'(Code Stitch) 전과 '잇 스타일'(IT STYLE) 전 등도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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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그랜드 큐티, 단채널 영상, 7min 34sec, 컬러, 사운드, 2015.(롯데갤러리 제공) |
조영주 작가는 부산 다대포의 무지개공단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들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단체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영상을 통해 엄마 또는 아줌마라는 역할로 규정지어진 한국의 중년 여성들의 경쾌한 일탈을 보여준다.
유쥬쥬는 다양한 국가의 슈퍼마켓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과자 상자 등 값싼 재료로 화려한 전통의상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이지양은 제복을 입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모델들을 찍은 독특한 작업을 선보인다.
'잇 스타일'(IT STYLE) 전에서는 청바지 대표 브랜드 게스(GUESS)의 협찬으로 스타일리스트 강성도, 아트디렉터 연누리에 의해 1차 재가공을 진행한 뒤 현대미술 작가 갑빠오, 성낙진, 노보, 아방, 주재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 10인의 손을 거쳐 2차 재가공 돼 전시장에 연출된다.
전시는 전국 11개 롯데갤러리에서 8월31일부터 9월30일까지 이어지며 앙드레 김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보는 이벤트와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토크쇼, 강연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har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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