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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TF초점] 부실·외압·여론 재판…'드루킹' 특검이 남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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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별검사팀의 수사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특검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은 해소되지 않았다. 박상융 특검보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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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끝나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을 포기하고 종료를 앞둔 가운데, 부실수사·정치 외압 등 특검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검은 수사 종료 하루 전인 24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댓글 조작과 관련한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상 이익제공 의사표시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은 이날 지난 두 달간의 수사결과를 종합해, '댓글 여론조작' 사건 피의자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기소 내용은 △김 지사의 전 보좌관 한 모 씨 뇌물 수수, △'드루킹' 김 씨 외 2명 뇌물공여, △김 씨, 변호사 도 씨 등 9명 업무방해죄, △김 씨 , 변호사 도 씨·윤 씨, '파로스' 등 4명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이다.

끝내 특검은 결정적 물증이나 드루킹이 진술한 '윗선'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 결과를 두고 특검의 무능'만'을 탓하긴 힘들다는 주장이 나온다. 외부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수사 과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 경찰 부실수사, 특검 발목 잡았나

초동 수사를 맡은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는 야권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의혹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러 야당 인사들은 애초에 얼개를 허술하게 짰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경찰은 변호사 윤 모 씨와 도 모 씨를 입건하지 않은 채 참고인 조사에 그쳤다. 그러나 특검은 팀을 꾸린 직후 두 사람을 댓글 조작에 개입한 핵심 피의자로 판단,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두 차례나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했지만 별 소득 없이 돌아갔고, 특검은 이후 같은 장소에서 휴대폰 21개와 유심 들어있던 카드 케이스 53개를 발견했다. 검경이 핵심 증거를 발견해 넘겼다면, 특검 초반 시간을 초동 수사 보완에 쏟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경이 직무 유기 또는 정권 눈치 보기 탓에 수사에 소홀했다면 큰 파장을 불러올 사안이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특검에서 확인할 것으로 생각된다. 결과에 따라 필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지만, 끝내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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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허익범 특검은 역대 최악의 특검을 기록될 것이다.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와 특검의 무리한 영장청구에 혈세가 낭비됐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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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을 특검하겠다"는 與에 압박 받았을 가능성

특검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지사가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조작에 공모했다는 혐의가 확정되면 수사 방향은 청와대 인사 및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와관련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아무리 '특검을 특검하겠다'는 권력의 부당한 압력이 계속됐다 해도 (연장을) 포기한 것은 유감이다"며 '특검을 특검하라' 요구했던 이철희·정청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특검마저 무력화시키는 문재인 정권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또한 같은 자리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복귀 후를 생각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구심마저 있다"고 평했다. 그는 다음날에도 "민주당이 그동안 보여준 외압만으로도 민주주의를 충분히 흔드는 행동이었다"며 "앞으로 있을 재판과정에서는 제발 침묵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여당은 특검이 보수 야당의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야당의 무리한 정치공세와 특검의 무리한 영장청구에 혈세가 낭비됐다"며 "특검은 정치 외압 때문에 구체적 증거도 없이 오로지 드루킹 일당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치 외압' 논란은 특검제도의 한계를 시사한다. 특검제는 고위 공직자 등이 수사 대상일 경우 변호사에게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한다. 검찰은 권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익범 변호사가 이끈 이번 특검이 특검 사상 최초로 수사 연장을 포기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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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 관련 조사가 이뤄질 때면시민들은 특검 사무실 앞에서 격렬한 맞불 집회를 벌였다. 지난 '드루킹' 김 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된 모습.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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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재판' 따를 것인가, 맞설 것인가?

특검이 여론에 휩쓸려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김 지사의 2차 소환을 두고 "특검이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측에서도, 특검이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송인배·백원우 등 청와대 인사를 소환했다가 여론의 공분을 샀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론은 누가 주장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여론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검은 언론 보도 및 여론을 근거 삼는 정치권 발언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 관계자는 특검이 어떤 외압보다 여론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느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는 "고(故) 노회찬 의원 사고 등 여러 사건 탓에 특검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왔기 때문에 특검으로서는 공소유지에 주력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 말했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이라는 것이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면 특검도, 헌재도, 법원도, 그 누구도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법적 판단이 여론을 완벽히 무시하는 게 과연 정의인가 하는 점에서도 그다지 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정 당파, 집권 여당의 눈치만 보는 등의 행태는 곤란한 정치 성향이지만,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은 마땅한 정치 성향"이라 부연했다.

특검은 25일 수사를 종료하고, 27일 수사결과 및 관련자 처리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이후 최소 인원으로 공소유지팀을 꾸려 재판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공소장을 제출하면서 판결의 몫은 법원이 넘겨받게 됐다. 그러나 특검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에 개선책이 나오느냐, 또 같은 문제가 반복되느냐에 따라 특검의 진정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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