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협약 5조 위반 혐의 놓고
아그리젠토 검찰, 난민선과 로마에서 수사
난민들은 알바니아·아일랜드 등에 분산 수용
반난민 기조를 노골적으로 표출해온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이 해안경비선 ‘디치오티’에 타고 있던 난민들을 불법 감금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안사> 통신은 25일 이탈리아 구조선 디치오티 난민 억류 사건을 조사한 시칠리아의 아그리젠토 검찰 당국이 살비니 장관 등 고위 내무부 관료 2명에 대해 납치와 불법 체포, 직권 남용 등의 혐의를 확인하고 사건을 팔레르모 검찰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안사> 통신은 “정치권과 사법부의 충돌이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디치오티는 지난 15일 지중해에서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170여명을 구조한 뒤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표류하다 20일께 시칠리아 카타니아항에 정박했다. 살비니 장관은 디치오티의 입항은 허락하면서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들 난민을 얼마나 수용할지 결정하기 전엔 난민들이 배에서 내릴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연립정부 참여 세력인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당대표 겸 노동산업부 장관은 “디치오티 선박 난민에 대한 분산 수용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나와 오성운동은 유럽연합에 200억유로(약 25조8780억원) 상당의 분담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23일 청소년 27명과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13명에 한해 하선을 허용했다. 나머지 130여명은 오가지 못하는 신세로 배 안에서 결정을 기다렸다. 이들 중 일부는 항의 표시로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유럽인권협약 제5조를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그리젠토 수사당국은 난민들의 억류 실태 조사를 위해 디치오티를 방문하는 한편, 로마를 찾아 최소 2명의 내무부 고위 관리를 조사했다. 이후 살비니 장관의 혐의를 확인하고, 기소권을 가진 팔레르모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살비니 장관은 페이스북에 “검사가 내 개인 정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시간 낭비하지 말라. 내 나라의 국경과 안보를 방어한다는 이유로 나를 체포하겠다면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알바니아와 아일랜드가 일부 난민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디치오티에 타고 있던 난민들은 구조 10일 만인 26일 오전에야 육지를 밟았다. 이들은 시칠리아 메시나의 안내센터에서 절차에 따라 20명은 알바니아에, 25명은 아일랜드에 수용된다. 나머지는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가 부담하기로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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