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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性범죄의 늪]'몰카 전쟁' 선포했더니…'감형 꼼수' 공유하는 성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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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석요구 미루는 법 등 대처 요령
청소년 성매매 기수유예 사례 등 카페서 공유
성범죄자에 "힘내라" 격려의 댓글도
전문가 "피해자가 피해 입증해야 하는 법조항 문제"
아시아경제

성범죄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와 있는 게시글. 최근엔 '몰카' 범죄에 대한 상담글이 급증하고 있으며, 하루에도 약 10건씩 관련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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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최근 정부가 '몰래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가 활성화되고 있다. 카페는 성범죄 가해자들이 형량을 낮추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공간으로 변형돼 이용되고 있다.

2010년 '성폭력 관련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 카페는 회원수가 3800여명에 달한다. 카페는 소통을 표방하고 있지만 게시물들은 가해자들이 성범죄 내용을 소개하며 대처요령을 묻는 글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카페 운영진들은 공지사항에 '아동 청소년 성매수 기소유예'사례를 올리거나, '꿀팁'이라며 '경찰의 출석 요구를 미루고 골든타임을 확보 하는 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엔 경찰청이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집중 단속에 나서는 등 불법촬영물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며 카페엔 이와 관련한 글이 급증하고 있다. 한 "회원은 P2P 프로그램인 '토렌트'를 통해 화장실 몰카 영상을 다운받고 이 영상을 공유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러자 "절대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고 '실수였다' '처음이었다' 등을 강조하라"는 조언의 댓글이 달렸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현장에서 발각됐다는 또 다른 회원은 최근의 분위기를 탓하며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회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니 예전 같으면 기소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사안인데 최근 분위기 때문에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될까 두렵다"고 적었다. 이에 여러 회원들이 "힘내라"는 격려의 댓글을 달았다. 불법촬영물과 관련한 글은 매일 약 10건씩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도리어 피해자를 탓하는 카페 회원들도 있다.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중 사진을 찍어 고소를 당했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한 회원은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에 성실히 다니고 있어 참작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이젠 누군가에게 성추행, 성폭행 당하고 있는 여자가 보이더라도 신경 끄고 내 갈길 가겠다"고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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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상담글을 남기자 카페 운영진은 "뉴스에 나올 수준"이라며 카페 제휴 변호사와 상담할 것을 권유했다. (사진=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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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카페는 변호사가 성범죄 사건 수임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카페는 현직 변호사들이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온라인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었고, 또 다른 카페는 성범죄 가해자가 사례를 올리면 카페 운영진이 "뉴스에 나올법한 범행"이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변호사를 수임해 적극 방어에 나서라"며 카페 제휴 변호사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 '성범죄'를 키워드로 검색해 나오는 카페의 수만 10여개로 회원수가 1만명에 육박하는 카페도 존재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가해자들의 이런 행태는 성범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성범죄는 다른 범죄와 다르게 피해 입증이 어렵다"며 "역으로 가해자 입장에서는 형량을 감경할 '꼼수'를 부리면 성범죄 혐의에서 벗어나기 쉽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현재의 법 조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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