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이 재판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미투시민행동, 23일 기자회견 열어 "고은 시인이 제기한 소송은 2차 가해의 전형" 비판 ]

최영미 시인(아랫줄 오른쪽 3번째)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회원들과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영미 시인이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폭로와 관련한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이 재판에는 저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구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이날 최 시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며 "고은은 당장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멈추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측은 "(고은 시인의 행위는)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고 피해자와 증언자를 위축시키려는 2차 가해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고 최 시인도 "민족 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무고나 명예훼손 역고소는 늘 있어왔다"며 "이는 피해자들을 입막음 시키고, 피해자 지원단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조치, 2차 피해, 역고소를 두고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고은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합당을 책임을 져야함에도 오히려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재판은 하나의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더이상 예술성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되지 않도록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치밀하게 법리를 전개해 꼭 승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17일 고은 시인은 자신의 성폭력 혐의를 증언한 최영미·박진성 시인에게 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2명에게 20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황희정 기자 hhj2609@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