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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미 예산 삭감에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존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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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 “인도주의적 물자 인질 잡히지 않도록” 도움 호소

지난 1월 미국 지원 불가 통보 후 벨기에·네덜란드 추가 부담했지만 부족



팔레스타인 난민 520만명의 교육·보건 상황을 책임지는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예산의 30%를 분담해왔던 미국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결국 존립 위기에 봉착했다.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까지 나서 “인도주의적 물자가 정치·안보적 사건의 인질로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22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부족분 2억1700만달러(약 2433억8720만원)가 메워지지 않으면 심각한 인도주의적 결과가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디칼로 사무차장은 “가자 지구 병원 250곳과 물, 위생 시설을 최소 수준으로 운영하기 위한 유엔 비상자금도 바닥났다”며 12월까지 최소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 450만달러(50억4720만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9월 말까지 운용할 자금만 남았다”며 주요 국가들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일부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자구책을 발표했다. 미국 외교관 출신으로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맡기도 했던 디칼로 사무차장은 이날 후배인 조너선 코언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옆에 앉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인도적 조처에 ‘무언의 항의’를 하듯 회의 시간 내내 눈 한번 주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이스라엘 독립전쟁 동안 도망치거나 강제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을 돕고 보호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됐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서안 지구뿐 아니라 요르단·레바논·시리아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구호 활동을 책임진다. 3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을 고용해 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한 뒤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는 난민구호기금을 축소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이후 미 국무부는 지난 1월 “기구의 조직 운영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난민구호기구에 투입하기로 했던 1억2500만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6500만달러를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각각 2330만달러(261억2163만원), 1500만달러(168억1650만원)를 추가 부담하기로 했지만, 기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난민구호기구가 활동을 멈추면, 이스라엘의 철저한 봉쇄로 40% 넘는 실업률과 지독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200만명이 큰 타격을 받는다.

이에 앞서 팔레스타인은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를 해체해야 한다며 여러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막후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던 사실이 드러나자 공식 반발했다. 피에르 크라엔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 집행위원장은 <포린 폴리시>에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많은 지역이 국가 안보에 도전받게 될 것이다. 단순히 (팔레스타인 난민) 500만명이 없어지길 바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유엔 분담금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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