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최영미 시인 고은 손배소송에 일침

미투시민행동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

최영미 시인 "자신이 뭘 잘못했는 지 모르는 무지의 결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이 고은(85)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시인들과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것에 대해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고 규탄했다.

미투시민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학계 거장으로 군림하며 오랜 기간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성 문인들을 착취한 고은의 과오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당장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멈추고 철저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영미 시인은 “술집에서 그의 성폭력 행위를 똑똑히 보고 들었다”며 “(그의 손해배상 청구는)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다”고 비판했다.

최 시인은 이어 “이 재판은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무차별적인 가해자들의 역고소가 피해자들을 입막음시키고 고통을 주고 있다”며 “이번 손해배상 소송건을 맡은 법원의 ‘성인지감수성’을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최영미 시인의 용기있는 말하기를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최 시인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소송대리인단은 존엄한 존재로서의 여성의 인권을 위해 함께 모였다”며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치밀한 법리 전개를 통해 꼭 승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시인은 계간지 ‘황해 문화’ 2017년 겨울호에 고은 시인을 암시하는 ‘괴물’이라는 시를 게재하고 방송에 출연해 고은 시인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폭로한 바 있다. 이에 고은 시인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박진성 시인에게 각 1000만원을,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2명에게 2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