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시민행동 “‘성폭력 의혹’ 고은, 민사소송 멈춰라”

[한겨레] 여성·시민단체 서울변회 기자회견 열어

최영미 시인 “고은 시인 성폭력 직접 목격

품위 잃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

미투시민행동 “고은 소송은 전형적 2차가해”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고은 시인에 대해 “소송을 당장 멈추고 반성부터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50여개의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에 대한 고은 시인의 명예훼손 소송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에 1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등 모두 10억7천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발언에 나선 최영미 시인은 “제가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 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 들었다”고 운을 뗐다. 최 시인은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이 재판에 걸려있다. 품위를 잃지 않고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싸워 이기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미투시민행동은 고은 시인이 성폭력 폭로 뒤 뒤늦게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대해, “미투 운동 확산 이후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무고죄, 명예훼손 등 역고소를 감행한 것과 더불어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2차 피해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최 시인의 소송을 대리하는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고은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만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자들에 2차피해를 준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12월 계간 <황해문화>에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고은 시인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다. 최 시인의 시에서 ‘En선생’으로 불리는 문단 원로는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고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이로 묘사돼있다. 이후 최 시인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단 원로의 추행이 상습적으로 벌어졌다고 밝혔다.

최 시인의 폭로로 사회적 파문이 일자, 3월 고은 시인은 출판사를 통해 “최근 (성추행) 주장들에 내 이름이 나오는 것이 유감스럽다. 나는 이미 ‘나의 행동으로 (피해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고통을 준 것을 뉘우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상습적인 추행’ 혐의는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 뒤 지난 7월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10억7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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