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차 수사 기간 종료를 앞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할 수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이 기각되면서 허 특검팀을 향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면서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할지 주목된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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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1차 수사 타임라인…수사 기간 30일 연장하나?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드루킹' 특검의 수사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 특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출할 수사보고서 작성에 착수한 가운데, '빈손특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은 20일 "이날 회의를 열고 수사 기간 연장 요청 등을 논의했으며, 결과는 22일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6월 27일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1차 수사 기간은 총 60일로, 30일 연장이 필요한 경우 수사 기간 만료 3일 전인 오늘(22일)까지는 문 대통령에게 연장 요청을 해야 한다.
특검은 이에 대비해 문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할 수사보고서를 작성키로 했다. 특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보고서 작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는 허익범 특검팀의 출범부터 종료(예정)까지의 수사 과정과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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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라이트 논란'으로 시작부터 삐걱
'드루킹' 특검팀은 특별검사를 뽑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3당(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은 6월 4일 특별검사 후보로 변호사 임정혁·허익범을 추천했다. 3일 뒤 문 대통령이 허익범 변호사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조사할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허 특검이 2007년 뉴라이트 300여 개 단체가 연합한 '나라 선진화 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 법률자문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근거로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허 특검은 이에 대해 "소속 법무법인에서 이름만 올려달라는 부탁을 해서 내용은 정확히 모르고 허락했다"며 "관련해 자문 등 활동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허 특검은 당시 "국민과 국가가 내게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고 소감을 밝히며 "정치적인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수사 방법과 절차는 법에 의해 공정하게 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드루킹 특검은 60일간(준비 기간 포함 80일)의 항해를 시작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특검이 드루킹을 수사해야 하는데, 드루킹에 휘둘리고 있다"며 강력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7월 30일 이 대표가 고(故)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며 기자회견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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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은 물증 확보…고(故) 노회찬 죽음 이후 방향 틀어
이후에도 '둘리', '서유기' 등 드루킹 일당 소환 조사에만 매달리던 특검은 7월 10일에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휴대폰 21개와 유심칩이 들어있던 카드형 케이스 53개를 발견했다. 특검은 이를 통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구축과 댓글 조작 운영에 관여한 핵심인물들, 나아가 드루킹이 킹크랩 시연회 참석자로 지목한 김경수 경남도시사의 연루 의혹을 파악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검은 7월 17일 오전 1시께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위조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특검은 "조사 중 쉽게 흥분하는 등 심적으로 불안감이 느껴졌고 혐의사실이 증거위조라 부득이 긴급체포한 상태에서 추가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선체포 후영장'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법원이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는 동력을 잃고 비틀거렸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특검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일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 노회찬 의원의 영정에 조화를 올리며 애도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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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특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드루킹 김씨가 고(故) 노회찬 의원에 5000만 원을 전달하려 했을 때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렸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노 의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지 않겠냐고 예측했다.
앞서 드루킹은 자신의 SNS에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가 민주노총을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2017년 5월에 게시된 것이지만, 특검은 노 의원의 죽음 이후에야 해당 내용을 '드루킹과 노 의원 간의 관계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근거로 파악했다.
특검은 "노 원내대표가 드루킹에 의해 금전을 미끼로 협박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자금 공여자에 대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수사 방향을 다시 드루킹 김 씨 쪽으로 전환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김 지사는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특검'이 아닌, '진실특검'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 지사가 9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2차 소환 조사에 출석한 모습. /이선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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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특검이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김 지사가 댓글 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암묵적으로 지시했거나,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봤다.
특검은 김 지사가 김 씨에게 2016년 11월부터 약 1년간 보낸 기사 인터넷 주소(URL) 10건, 김씨가 제출한 USB에 담긴 김 씨와 김 지사의 시그널 대화 내용 등과 함께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회원 다수의 진술을 확보한 데 따라 김 지사와 드루킹 김 씨 두 사람을 공범 관계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에는 오전 김 지사가 머무르고 있는 경남 창원 관사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30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무산됐던 수색이었다. 특검은 이날 관사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했다.
◆ 김 지사 두 차례에 걸쳐 조사…"이젠 특검이 답 내놓을 차례"
출범 41일 만인 지난 6일, 특검은 김 지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김 지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자정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이후 4시간 반가량 조서를 검토했다. 특검은 이에 대해 "준비한 질문을 미처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 지사를 2차로 소환할 계획이며, 김 지사도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특검은 "구속영장 단계는 검토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조사를 받고 나온 김 지사는 '특검 측에서 유력한 증거를 제시했는가'라는 질문에 "유력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검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김 지사가 1차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특검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9일 2차 조사에서 김 지사와 드루킹 김 씨를 대질신문한 것이다. 두 사람은 3시간 30분간 상반된 진술로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날 드루킹 김씨가 진술을 번복한 사실이 전해지며 특검은 신빙성에 타격을 입었다. 시연회가 열렸던 당시 CCTV나 메신저 대화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김 씨의 진술은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김 씨가 지난 5월 '옥중편지'에서 "시연회가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이뤄졌다"고 한 것과 달리 대질신문에서 "김 지사와 독대를 하며 브리핑했다"고 말하고, 기존에 "김 지사로부터 1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번복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빚었다.
김 지사는 이에 "지금까지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하고 충실히 소명했다.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날 김 지사가 귀가 중 50대 남성에게 후두부를 가격당하며 경찰의 보호 소홀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16일 김 지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함에 따라 특검은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사진은 김 지사가 1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선 모습. /이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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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영장 청구, 김 지사에 힘 실은 격
결국, 특검은 김 지사를 구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6일 1차 수사 기간이 열흘 남은 시점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기간 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빠듯하게 일정을 짠 것은 매우 성급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기각 판정이 난다면 보완 수사가 필요한데 그럴만한 여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고 노회찬 의원, 백원우·송인배 등 청와대 인사 의혹에 집중하다 '뒷북' 수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영장 청구에는 애초 김 지사에게 적용하려 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제외됐다. 드루킹 김 씨의 '오락가락' 진술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김 씨의 진술이 증거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김 지사는 곧바로 자신의 SNS에서 "특검의 무리한 판단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오전 법원은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피의자의 주거, 직업 등을 종합해봤을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특검은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무리한 그간 '무리한 정치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특검이 수사 내내 실한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빈손 특검' 논란도 거세졌다.
법조계는 특검이 무리해서 성과를 내려다 허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은 검찰 수사 이상의 혐의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 고 노회찬과 도 변호사 관련 사안은 검찰이 밝히지 못한 내용이었기에 무리하다가 비극이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이후 특검에 제동이 걸렸고 명분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변호사는 "드루킹이 말을 맞추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도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고 해서 특검이 검증없이 너무 성급하게 진실한 것으로 믿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특히나 공범이 여럿인 사건의 경우 혐의 사실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없는 공범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공범들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특검이 이런 점을 너무 간과한 것 같다"고 평했다.
또, "특검 자체가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탄생했고, 특별검사 역시 야당 추천에 의해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진술과 여러 증거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렇게 납득할만한 결론을 못 내고, 억지로 꿰어맞춘 듯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보니까 비난을 받게 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특검이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특검의 입장에서는 김 지사 구속영장 청구가 다소 무리라고 하더라도 일단 칼을 빼들고 수사를 시작한 이상 영장청구까지 가는 것이 나름의 도리라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지레 포기하면 지금보다 더 욕을 많이 먹을 것"이라 풀이했다.
김 교수는 "드루킹 특검이 완전히 하나의 정파의견만 따른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정치특검이라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특검의 시작은 항상 정치적이지만 특검의 수사가 정치적이냐 하는 것은 특검하기 나름이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앞서 도 변호사, 김 지사의 영장을 연이어 기각한 데다, 증거 불충분과 드루킹의 진술 번복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로서는 특검이 수사 기간 연장 명분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이 연장 신청을 하지 않거나 신청을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차 수사 기간은 오는 25일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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