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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출구없는 고용참사] 고용 이끌 고용영향평가 현장선 ‘헛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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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참석 국무위원들의 표정이 사뭇 심각하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고용과 민생이 참담하다. 일자리위원회를 가동하고 추경예산을 두 차례 편성ㆍ집행하는 등 몸부림쳤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못했다”며 “저 자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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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자체 평가 ‘제로’

경제성 따져 시스템 개선을

정부가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을 위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자리정책 5개년 로드맵’에서 재정사업의 고용영향 평가를 강화키로 했으나, 실제 중앙 부처의 자체 평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등 정책이 걷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부가 고용영향 평가 대상을 올해 1000여개 사업에서 향후 전체 예산 사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고용유발 효과가 큰 사업일수록 저임금 사업이 많아 일률적 잣대로 재정 사업을 평가할 경우 오히려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위해 정책의 수립ㆍ집행ㆍ평가ㆍ보상 등 전단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하고, 각종 재정사업과 세제ㆍ정책금융은 물론 공공기관 평가까지 일자리에 방점을 두고 있으나 곳곳에 허점이 많아 개선이 시급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1일 ‘일자리정책 재정사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재정사업에 대한 고용영향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업의 경제성과 경제발전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보면 ‘고용정책 기본법’에 따라 중앙 부처나 지자체 단체장 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영향 평가를 수행할 수 있으나, 올 3월 현재 자체적으로 고용영향 평가를 수행한 중앙 행정기관은 없었으며, 대부분 고용부에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의뢰해 고용영향 평가를 진행한 재정사업도 상당 부분은 고용 영향보다 사회ㆍ경제적 파급 효과에 중점을 두어 추진해야 하는 사업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사례로 ‘신산업 투자 활성화’, ‘에너지신산업 육성’, ‘소프트웨어(SW) 신산업 육성’, ‘유망환경기업 육성’ 등은 고용 효과 외에 신사업 육성에 따른 전후방 연관산업 등 경제효과를 고려해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런 사업에 대해선 고용 영향보다 산업정책적 접근 필요성이 크다며 “고용부보다 주무 부처에서 고용영향을 포함한 정책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고용부는 고용영향을 주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한정해 고용영향 평가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부처가 정책 추진의 주목적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ㆍ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처는 이와 함께 고용 효과를 분석할 때 일자리 숫자 등 단순한 외형 평가에 치우칠 경우 오히려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른 고용(취업)유발계수를 보면 사회복지서비스ㆍ작물(농업)ㆍ사업지원서비스 등의 고용 및 취업 유발계수가 높지만 이 분야 종사자들의 평균임금은 전체 평균의 5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따라서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 효과가 높은 업종에 대한 재정투자를 늘리게 되면 저임금 일자리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며 “재정사업에 대해 고용 유발계수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경제발전 측면도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에 맞추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사업에 대한 고용영향 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파격적 조치를 내놓았으나, 실제 이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행된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많은 셈이다. 이러한 형식적ㆍ전시적 행정이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려 결국 최근의 ‘고용참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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