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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열공' 김동연-'우공' 장하성…뼛속부터 다른 경제 투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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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박현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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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주혜린 기자]

또 이견을 드러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얘기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잘 나가가는 집안에서 잡음이 새나오면 약간의 이견이 있나보다 하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고용지표가 최악을 가리키는 현재 대한민국 경제팀의 리더격인 '김&장'이 이견을 드러내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장' 은 경제정책 이견 이전에 태생이 다르다. 두 사람은 살아온 환경부터 극과 극이다. 흙수저 출신인 김 부총리는 열심히 공부해 공무원(열공)이 된 반면 금수처 출신인 장 실장은 우연히 공무원(우공)이 된 케이스다. 태생으로만 좌우를 구분한다면 김 부총리가 좌, 장 실장은 우에 가깝다.

김 부총리는 가난한 환경을 딪고 고졸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이다. 충북 음성 출신으로 11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해야 했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덕수상고 재학시절인 열일곱 살에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했다.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김 후보자는 낮엔 은행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인 국제대(현 서경대)를 다니며 주경야독했다. 1982년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을 지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기재부 제2차관을 거쳐 2013년 장관직인 국무조정실장에 올랐다. 철두철미한 일벌레로 정평이 나있다. 기재부 한 공무원은 "항상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나지 않은 합리적인 일처리로 부하 직원들에게 존경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장 실장의 가문은 호남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장관급만 4명을 배출한 집안이다. 특히 3대에 걸쳐 독립운동가, 장관, 국회의원, 교수, 의사 등 사회 지도층을 대거 배출해내며 그 이름을 알렸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가 사촌동생이다. 장 실장은 93억 여원의 재산을 신고해 문재인 정부의 초대 수석급 이상 참모진 중 가장 '부자'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장 실장은 유명한 소득주도성장론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 실장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인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의 책이 미국에 번역돼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장 실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로 기용되기 전까지는 문재인정부와 특별한 인연도 없었다. 김 부총리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합쳐지 기획재정부가 출범한 이후 10년만에 나온 첫 예산 전문 관료 출신 장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경제부총리로 김동연을 선택한 것은 혁신성장을 힘있게 추진하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경제를 보는 안목은 출신 배경과는 반대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서 개혁그룹과 관료집단을 대표하는 둘은 우리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가, 그 출발선부터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김 부총리는 기업을 혁신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혁신성장론자'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은 반면 장 실장은 국민들 주머니 채워 소비를 일으켜 경제를 성장하게 만들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자'이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시각차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둘러싸고 뚜렷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되자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입장은 정부 경제팀 내, 특히 장 실장과 '불화설'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원인이 됐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을 전후로 이른바 '구걸 논란'이 촉발되며 더욱 확산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투자 구걸'이란 표현까지 쓰며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지자, 김 부총리는 "기업 투자에 간섭한 적 없다. 경제주체 만나는데 대상 가릴 일 아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갈등의 당사자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라는 것은 짐작 가능한 일이었다. 얼마 전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와 정부 내 갈등설의 당사자로부터) '(정부가) 대통령 말도 안 듣는다' '자료도 안 내놓는다'는 말을 들었다"는 글을 올리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이번에도 불만을 터뜨린 '당사자'는 장 실장으로 지목됐다.

이어 김 부총리는 19일 고용해법과 관련해서도 장 실장과 이견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고용상황 관련 당·정·청 회의에 참석해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관계부처·당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발언과 대조를 이뤄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결국 두 사람이 서로 각을 세우는 근본 원인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가운데 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것이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둘 간의 갈등설은 이미 관가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다. 관가에선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군지를 두고 '장앤김이냐, 김앤장이냐'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문 정부 초기에는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정책 주도권을 장 실장이 쥐면서 김동연 패싱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에 매진하도록 교통정리에 나서며 김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어 장하성 실장의 사퇴설이 조심히 나돌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팀워크 강화를 위해 지난달 6일 조찬회동을 시작으로 2주에 한 번씩 정례 모임을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으며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설이 다시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와 청와대의 협력'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 2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라며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끊이지 않는 두 사람의 갈등에 정부 안팎에서는 우려를 나타낸다. 경제정책 두 컨트롤타워의 의견충돌은 있을 수 있으나 잦은 갈등은 경제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당을 뺀 야당은 장 실장 거취를 놓고 정부와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장 실장은 쉽게 놓아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J 노믹스'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올해말까지만 기다려주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읍소하고 있다. 김&장, 두 사람의 발길이 어디를 향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주현철 기자 jhchul37@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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