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 “신군부, 쿠데타 합리화 위해 정보 날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무력진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주에서 시민군이 인민재판을 했다는 등 거짓 정보를 흘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의 상황을 한국의 위기로 날조해 자신들의 군사반란을 합리화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신군부의 도청 진압 작전을 묵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5·18기록관은 20일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팀 셔록 기자가 2016년 기증한 미국정부 기밀문서를 완역해 1차 분석한 결과, 당시 미국의 판단을 오도하기 위한 전두환 등 신군부가 ‘심은 정보’(플랜티드 인포메이션)가 많았다”고 밝혔다. 번역본은 1979~80년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국대사관 사이에 오간 전문, 미 대통령과 행정부 수반들이 보고받은 내용과 회의록이 담긴 체로키 문서, 미국 국방부·중앙정보부(CIA) 기밀문서 등 총 3530쪽 분량에 달한다. 주한 미 대사관과 군사 정보 기관들이 한국의 행정부, 국방부, 군부, 한미 연합사 등 인사들에게서 입수해 보고한 정보들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분석 결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두환 등 신군부가 잘못된 정보를 영어로 작성해 미 국방정보국(DIA) 등에 제공했다는 점이다. 1980년 5월26일 오후 3시 주한 미 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한국 상황 보고문을 보면, “5월 25일 보고에 따르면 (광주에서) 자경단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거된 무기를 과격파들이 확보하였고, 심지어 인민재판이 열려 처형도 있었다고 함”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또 신군부는 “무장 폭도 2000명이 장기 항쟁을 위해 무등산으로 도피, 은거하고 있다”는 거짓 내용을 날조해 미국에 흘리기도 했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신군부가 5·18이 급진주의자에 의해 끌려가고 있으며 그대로 두면 한국이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처럼 보이게 정보 날조 공작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두환 신군부는 광주교도소 습격설도 날조해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밀문서엔 “폭도들은 심지어 300여명의 좌경분자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도 공격했는데, 이로부터 그들이 지하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조종받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되었음”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5월 광주지법 민사23부(재판장 김승휘)는 전씨가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광주교도소 습격 사건’이 허위라며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군부는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 도청 앞 집단 발포에 대해서도 거짓 정보를 흘렸다. 기밀문서엔 “폭도들이 공격을 거듭했음에도 계엄군은 한발도 발포하지 않았음”이라고 돼 있다. 당시 신군부도 시민들이 무기를 탈취해 자위권 확보 차원에서 도청 앞 집단 발포를 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무장 시민들에게 계엄군이 무차별적으로 집단 발포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심지어 보안사령부는 1988~89년 국회 청문회에까지 시민들의 나주경찰서 반남지서 무기 탈취 시간을 1980년 5월21일 오전 8시로 조작해 보고했다. 그러나 광주 시민들의 무기 탈취 시각은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후인 오후 5시30분이었다.
미국은 신군부의 전남도청 진압 작전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이 5월25일에 받은 상황 보고엔 “육군 실력자 전두환은 자신이 광주의 과격 세력에게 속았다면서 이제 군사 행동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함. 글라이스틴 대사는 월요일 오전 정부 고위 대표단이 광주로 가 상황 해결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할 것이라고 하였음. 그러나 만약 이들이 실패할 경우 도시를 재장악하기 위한 군사 작전이 아마도 24~36시간 내에 실시될 것이라 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신군부의 무자비한 도청 진압 작전에 대해 미국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를 묵인했다. 신군부의 거짓 정보가 미국의 묵인을 이끌어낸 것이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