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올려야 하나, 놔둬야 하나" 고용재난, 복잡해진 한은의 고민…'금리인상 실기론' 조짐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나, 동결해야 하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장고(長考)에 빠졌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환경에서 급증한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지만 터키 등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수준을 보이는 ‘고용재난’이 겹치면서 자신 있게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 세 차례 열린다. 지난 7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등장한 직후 8월 금리 인상 전망이 나왔지만, 터키발(發) 금융 불안이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7월 고용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곤두박질치면서 8월 금리인상 기대가 급격하게 식었다.

일각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 시점을 놓쳐 실기(失機)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 반 만에 금리를 인상한 이후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모색했지만, 추가 인상 시점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조선비즈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용 참사까지 겹치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조선일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8월 금리 인상 기대 꺾여…국채 금리, 한은 금리 인상 이전 수준으로 하락

통계청이 7월 취업자수가 전년대비 5000명 증가에 불과했다는 충격적인 고용동향을 발표한 지난 17일 채권시장의 지표 금리 역할을 하는 국채 3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p) 하락한 연 1.997%에 거래를 마쳤다. 19일 국채 3년 금리는 0.002%p 상승, 1.999%에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금리가 1%대로 하락한 것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인 작년 10월 수준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같은 국채 3년 금리 움직임을 8월 금리 인상 기대가 크게 꺾였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위기 수준의 고용재난이 지속되고 있는데, 경제 상황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한은이 이를 무시하고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고용 부진은 곧바로 가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데, 한은이 금리를 올려 가계의 금융 비용까지 커지면 경기가 더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된 지난 5월 금통위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쉽사리 인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대외 불안요인 이었다. 미·중 무역전쟁 등 한국 경제의 대외 불안성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 돌발적으로 튀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돌발요인의 파급효과를 좀 지켜보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모색하겠다는 게 이주열 총재 등 한은 수뇌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외불안 요인의 진폭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신흥국 금융 불안이 당장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이 이슈가 더 커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한은과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에서 2.9%로 낮췄는데, 민간 연구소에서는 2.9%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부진에 수출 여건 악화로 성장률 2.9%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와 씨티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각각 2.9%에서 2.8%로 낮췄고, 골드만삭스는 2.7%로 하향 조정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리 인상 시기 자꾸 늦춰져 올해 인상 가능성도 불투명

이주열 한은 총재는 그동안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다,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하려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한은이 연내 한 차례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자꾸 늦춰지고 있어 이 총재의 바람대로 올해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올해 한은이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8월과 10월, 11월 세 번 남았다. 하지만 고용 지표가 이렇게 주저앉은 이달 금리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최근 금융시장의 인식이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지켜보면 오는 10월로 예정된 수정 경제전망 발표 때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 하향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10월, 11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명분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이미 놓친 것 아니냐는 ‘실기론’도 나온다.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가 6개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한은이 물가와 경기 회복을 점쳤을 때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어야 하는데, 확실한 경제 성장 지표가 나올 때를 기다리다가 더 어려운 상황을 만났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금리 인상 결정은 모두에게 고통스럽기 때문에 독립성을 보장받은 중앙은행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나섰어야 하는데, 한은은 그런 결단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