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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의 17일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발표 기자회견은 신태용 전 감독에 대한 평가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7월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신 감독을 동등하게 후임 감독 후보군에 올리겠다고 했다. 다만 신 감독은 외국인 감독들의 경우처럼 인터뷰가 아닌 재임 기간에 대한 세밀한 평가를 통해 최종 협상 대상자에 포함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신 감독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했다. 잘한 점을 먼저 언급한 뒤,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냉정하게 짚었다.
“전술적으로 스웨덴과 첫 경기 라인업과 전술적 대응, (선수)교체를 통해 (흐름을) 뒤집는 부분에 대해 위원회의 아쉬운 평가가 있었다. 이 경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준비했기에 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파워트레이닝 논란, 잦은 전술 변화는 감독의 계획이 있었고 많은 부상 선수가 나와 코치진과 논의를 통해 (감독이) 주관적 인 결정을 내린 것에 공감은 하지만, 결국 팀과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유지하는데 불안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에 대해 위원회의 아쉬운 평가가 있었다.”
“언론 대응에서 정보전의 중요성을 각별하게 생각해서 항상 상대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대중에게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감독 입장에선 공감하지만 결론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서 아쉬운 평가가 있었다.”
“큰 틀에서 다음 4년을 준비할 시점에서 강력한 대표팀을 셋업하고 10회 연속 본선 진출 성취와 본선에서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려면 새로운 리더십으로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종 3명 명단에 포함하지 않기로 하고 새 감독 선발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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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평가 기관이 아닌 지원 기관이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다. 이 모든 책임이 신 감독을 중심으로 구성된 코칭스태프에 있느냐다. 물론,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김 위원장 부임 전에 구성됐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역할은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12월 기술위원회를 기술발전위원회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로 분리하면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남녀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 남녀대표팀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분과위원회다. 각급별 대표팀의 감독 선임해임 권한도 함께 가진다’고 알렸다.
감독 선임, 스카우트, TSG(기술연구그룹), 정보전략, 스포츠과학기술 등 5개 소위원회로 구성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이전의 기술위원회가 가진 핵심 역할을 다 가졌다.
스카우트 소위원회에 대해 김 위원장은 취임 당시 “선수 스카우트 부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대표팀과 공유하고 끼워 넣기 선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 선발 과정의 문제가 있다면 스카우트 소위원회는 어떻게 작동했는가 살펴야 한다.
스웨덴전 전술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보전략 소위원회는 어떻게 기능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파워트레이닝에 대한 논란은 스포츠과학기술 소위원회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언론 대응 측면도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 외에 대한축구협회 미디어팀의 작동과 권한에 대한 점검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사람에 대한 평가와 동시에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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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호가 갈팡질팡할 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어떻게 지원했나?
김 위원장 체제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한 반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들의 역할은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평가하는 것뿐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었다. 신태용호가 보인 불안감과 문제점에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신 감독에 대해 평가하면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도 지원 과정에서 어떤 점이 잘 됐고, 어떤 점이 미비했는지를 진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한국대표팀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로 불린 이유는 감독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기술위원회가 체계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 이유도 컸다.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몇몇이 아니라 협회가 가진 기술파트의 역량을 총동원해 준비해야 한다. 최종 책임을 감독이 지지만, 감독의 선택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 견제와 조언이 필요하다.
감독이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내리거나, 밖에서 보기에 준비 과정이 미비하다고 여겨지면 개입해서 지원하고 보완해야 한다. 월드컵 본선이 끝나고 평가를 시작해 한 달이 지나서야 평가 결과를 설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시간으로 평가와 체크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랬어야 즉각적인 대응과 지원이 가능했다.
신 감독에 대한 평가 내용은 대회 기간, 그리고 대회 직후 언론과 여론이 내린 평가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더 깊은 분석이나 설명, 구체적인 미비점과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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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감독은 없다…스크래치 있는 벤투, 어떻게 리스크를 통제할 것인가
김 위원장은 1차 협상 대상자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주가가 높아진 이들을 올렸다. 그 이유로 “대한축구협회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국민들의 자존심과 선수들의 자긍심을 세워주고자 생각해서 한 일이다. 그런 표현을 통해서 협회가 변화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싶어서”라고 했다.
“사실 과할 정도로 수준을 높이 잡았다. 생각처럼 그 도전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한 김 위원장은 결국 우선순위로 꼽았던 이들과 협상에서 역대 가장 큰 예산을 들고 나섰으나 현실의 벽을 이기지 못했다고 했다. 피크에 있는 감독이 오기는 어렵고, 스크래치가 있는 감독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
벤투 감독의 이력은 김 위원장이 제시했던 조건에 부합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을 돌파한 경험이 있고,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포르투갈 내 각종 컵대회에서 4차례 우승했다. 유로2012 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우승 팀 스페인에 승부차기로 패해 아쉽게 탈락했다. 실적이 있고, 큰 경험을 했다.
단점 없는 감독은 없다. 이제부터 김 위원장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가 할 일은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하는지 평가하는 것뿐 아니라, 잘 할 수 있도록, 예견된 리스크를 재현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의 평가자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였다면, 이 체제로 뽑은 첫 A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는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에 대한 평가로 직결된다.
그리스리그와 중국리그에서의 실패 이력 덕분에 포르투갈의 유로 2012 4강을 이끈 벤투 감독을 데려올 수 있었지만, 최근의 실패가 한국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김 위원장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올림피아코스와 충칭 당다이 리판에서 벤투 감독은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입지가 흔들린 동일한 문제를 겪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몇몇 베테랑 선수들과 비슷한 문제로 마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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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투호의 성과로 평가 받을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김 위원장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그 부분도 우리들이 캐치하고 있다 워낙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저도 올림피아코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아마 한 선수를 비난했던 것 같고, 그에 대해 주장이 반감을 가졌던 것 같고, 여러 일이 있었다. 자기들도 아마 그런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생각하고 성장하지 않았나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내가 알아본 루트로는 선수들과 관계가 좋다. 맨 매니저먼트에서는 오히려 다른 후보보다 좋다는 리포트를 받았다”고 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당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제가 설명했다. 제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당신이 외국에서 가장 잘해야 할 것은 존중이다. 선수들과 그 나라 코치들과 그 나라의 대중들을 존경하는 마음부터, 존중하는 마음이 깔린 이후에 지지를 받아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당신이 성공할 수 있지 않냐고 대화했다. 전혀 거기에 대해선 반감이 없었다.”
앞 일은 알 수 없다. 이전의 문제에서 교훈을 얻고 발전할 수도, 전에는 없었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선임이 정답이었느냐를 가리는 게 아니라, 정답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더 이상 벤투 감독의 이전 성과와 실패에 대한 갑론을박은 의미가 없다. 앞으로 벤투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어떻게 기능할지를 지켜봐야 한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벤투 감독을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라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해야 하는 입장이다. 감독 선임 과정에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김 위원장이 일군 분명한 성과다. 이제는 감독 개인, 그리고 완전할 수 없는 몇몇의 코칭스태프가 범할 수 있는 오류와 시행착오를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감독을 선임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미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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