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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위력 없었다" 안희정 1심서 무죄 선고…'미투 운동' 최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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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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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올 상반기 대한민국을 강타한 ‘미투 운동’을 통해 지목된 가해자 가운데 가장 거물급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일단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되면서 미투 운동에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항소심 등이 남아있으나 앞으로의 재판에서도 안 전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미투 운동의 동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10시30분 303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이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ㆍ추행 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고 판시했다.

안 전 지사가 김씨를 5차례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자유가 침해되기에 이르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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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4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안 전 지사 1심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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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지사는 거센 ‘미투 운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핵심 가해 지목자였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의 폭로가 이어지며 정점을 찍었다. 정치권을 비롯해 연예·예술·문화계, 체육계, 교육계 등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온 미투 운동은 그간 성범죄를 눈감아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큰 계기가 됐다. 특히 소위 말하는 지위·권력을 가진 이들의 ‘갑질’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는 경고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무차별적 폭로로 이어지면서 반대급부로 무고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성범죄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무고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수사기관의 지침은 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연극인 이윤택의 상습 성폭력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청원과 함께 ‘대검찰청의 불법적인 성폭력 수사매뉴얼 중단을 요청합니다’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는 두 개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20만명이 넘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두 개의 엇갈린 시선이 이어진 상황에서 ‘미투 가해자’로서 첫 재판을 받은 안 전 지사가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미투 운동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씨를 지원하며 안 전 지사 재판을 계속 지켜본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이날 판결을 비판하며 “미투 운동이 굉장히 위축될 것이고, 이 판결을 기다린 많은 사람을 좌절시킨 꼴”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고죄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쪽의 주장에 의해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상황에서 무고죄 강화만이 무차별적인 폭로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부당한 일을 당한 약자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만든 미투 운동의 본질을 지키려면 거짓 폭로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도, 용기를 내 성폭행 사실을 알린 피해자들의 2차 피해도 없게끔 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절실한 때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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