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女몰카범에 '실형' 선고…편파 판결 vs 경중 따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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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를 찍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동료 여성모델에게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자 여초 커뮤니티 등에서 '가해자가 여성이어서 실형이 선고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 모씨(25)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양형 사유로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과 남성혐오 사이트에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을 게재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점 등을 밝혔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 우월주의 단체와 일부 여초 커뮤니티 사이에서 재판부를 향해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이 피해자였던 대다수의 사건들에서 가해 남성이 집행유예, 벌금형 등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고 풀려난 반면 여성이 가해자인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처벌의 정도가 달라질 수 없다’고 언급했으나 같은 날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올린 20대 남성은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상됐다. 이들은 가해자가 183명에 달하는 남성 몰카범, 460회 몰카를 찍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 이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또 가해자 안 씨에게 내려진 징역 10개월이라는 처벌 수위도 문제삼고 있다. 초범이고 피해자가 1명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이라는 주장이다. 그 이유로 이들은 성폭행 범죄로 징역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나흘 만에 몰카를 촬영을 하다가 걸린 30대 남성, 10대 초반의 아동 8명을 협박해 음란 행위를 강요하고 영상을 유포한 20대 남성 등이 안 씨와 같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남성들의 편’이라는 비난과 함께 ‘남녀 편가르기’를 조장한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특히 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 워마드 회원들은 “국가가 전쟁을 선포했다”며 성차별 편파 규탄 시위에 더욱 공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3일 “홍대 공연음란남 몰카 징역 10월 선고가 말이 되나?”란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돼 14일 오전 10시 기준 7400여 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 동안 재판부는 몰카범들에게 실형을 선고할 수 있었는데 주지 않은 것이냐”며 “여성은 이 나라 국민이 맞나. 여성이 2등 시민인 점을 재판부가 대놓고 드러낸 셈이다”며 분노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몰래카메라 범죄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드문 사례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2006년 지하철에서 디지털캠코더로 여성들의 치맛속을 찍다 적발된 당시 30세 남성은 재판부로부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최초의 몰카범죄 처벌이었다. 당시 김 씨는 초범이고 나체 사진도 아닌데다 유포를 하지도 않았지만 법원은 횟수가 30회에 달한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다.

또 한편에서는 이번 실형 선고를 계기로 앞으로 동일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다른 네티즌은 “피해자가 괴로워하고 있는데 가해자의 선고 수위에 경중(輕重)을 따질 수 있겠냐”며 “피해자에겐 ‘고작’ 10개월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남녀노소 모두 법 앞에서는 평등한 만큼 국민들이 앞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며 “재판부 스스로가 ‘편파’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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