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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홍대 몰카 여성 ‘실형’ vs 18세 여성 몰카 남성 ‘집유’…몰카 처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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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모델 A(25·여)씨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홍익대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동료 여성 모델 A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여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는 그간 불법촬영(몰카)으로 기소된 남성들 대부분은 집행유예를 받았다며 실형은 차별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실제로 몰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실형은 적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대법원 자료를 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 가운데 1심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비율은 2016년 기준 10명 중 9명(86%)에 달했다. 검찰의 구형 역시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이 대다수라 재판에서도 절반 이상이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몰카 범죄자 절반 이상이 남성이며 면식범일 경우 절반이 피해자(여성)의 남자친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몰카 범죄로 검거된 1만6201명 중 1만5662명(98%)이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해자가 면식범인 2259건 중에서는 절반 가까운 1077명(47.7%)이 피해자와 연인 사이였다.

몰카 피해자는 2만6654명으로 여성은 2만2402명, 84%에 달했다. 반면 남성은 600명(2.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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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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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씨 징역 10월…18세 여성 성관계·나체 사진 몰래 촬영한 B 씨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재판부는 A씨 실형 이유로 피해자의 피해 정도를 이유로 들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 된 A(25)씨에 대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인터넷과 남성혐오 사이트에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사진을 게재해 피해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합의금을 준비하려고 노력했으며 재판부를 통해 7차례 사죄 편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등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피해자가 사회적 고립감, 우울감 등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누드모델로서 직업활동 수행이 어려워 보이는 등 피해가 상당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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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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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여자친구의 나체사진과 성관계 장면을 수십회에 걸쳐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은 공교롭게도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4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A 씨와 같은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카메라등 이용촬영)로 기소된 B(20)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B씨는 2016년 9월11일 오후 2시께 제주 시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당시 연인 관계로 있던 피해자 C(당시 18세)양과 성관계하는 장면과 나체 사진을 휴대폰으로 29회에 걸쳐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방에서 잠들어 있는 C씨의 신체를 8회나 더 촬영하는 등 총 37회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범행 후 C 씨 사진과 영상을 웹하드에 보관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죄 사실로 충격과 분노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B 씨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A 씨 실형 이유에 대해 피해 남성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A 씨는 피해 회복을 위해 1000만 원을 공탁하겠다고 밝혔으나 피해 남성은 재판부에 강력하게 처벌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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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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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판부의 A 씨 실형을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홍대 공연음란남 몰카 징역 10월 선고가 말이 되나?”라며 이번 판결을 비난했다.

그는 “법원, 제주 면세점서 여 치마속 몰카촬영 30대 집행유예, 직장 동료 등 11명 몰카 촬영한 30대 집행유예, 법원, 5차례 몰카 찍은 남성에 집행유예” 등 몰카 범죄 관련 판결을 언급하며 “단 한번 찍었음에도 (그간)무수한 사례와는 달리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며 “징역 10개월은 편파수사와 여성 혐오의 산물이다”라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편파수사 하지 말라던 여성들의 외침은 당신들에게 그저 사라질 외침이고 들을 가치가 없던 외침이었나? 우리는 언제까지 2등 시민으로 취급당해야 하나?”라며 “당신들이 지금 하는 건 편파수사와 여성 혐오”라며주장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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