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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부정행위란 주홍글씨, 강성훈 해명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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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해저드에 빠진 공 드롭 위치와 관련해 논란이 된 강성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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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신사의 스포츠인 골프에서, 속임수를 쓴 선수로 동반자에게 비난을 받은 강성훈은 동료들에게 얼마나 심하게 왕따를 당할까요?

답 : 이렇게 봅시다. 30년 전에 있었던 부정행위 관련 사건은 아직도 비제이 싱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 때는 일을 더 증폭시키는 소셜 미디어와 증거가 될 수 있는 샷링크(PGA 투어의 볼 궤적 추적시스템)가 없는 시기였는데도 그랬습니다. 강성훈은 동료 선수와 미디어로부터 많은 의심을 받을 것입니다. 그가 사건 초기에 취했던 노코멘트 정책은 아마 계속되지는 못할 겁니다. 그가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그리고 만약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부 동료들의 용서를 받는데 영향은 줄 것입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사건을 잊지는 않을 것입니다.

7일 미국 골프 뉴스 사이트인 골프닷컴 기사 내용이다. 영향력 있는 기자가 독자의 질문에 답한 Q&A다. 뉘앙스로 보면 ‘부정행위를 했는데 벌을 받지 않은 선수’로 강성훈을 단정한 상태에서 문답을 주고받는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미국 골프계 전체가 강성훈을 삐딱하게 보고 있다.

강성훈은 지난 달 2일 벌어진 퀵큰론스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 10번 홀에서 해저드에 빠진 공 드롭 위치 논란이 일었다. 미국 매체에 누차 소개된 동반 경기자의 주장,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증언, 샷링크의 궤적을 보면 강성훈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반면 경기위원은 자세한 설명 없이 강성훈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여론은 강성훈이 합당한 벌을 받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고 관련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는 강성훈 사건에 대한 첫 보도를 접하고 뭔가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자가 아는 한 강성훈은 청소년 시절부터 규칙 위반 혹은 부정행위 의혹을 받은 적이 없다. 정직한 선수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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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이 노트에 지도를 그리며 설명한 드롭 위치. [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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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을 하지 않으려는 강성훈 측을 설득해서 사건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성훈과 통화 후 의문이 풀렸다. 기자는 강성훈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미국에서의 대응이다. 강성훈은 시원하게 말을 하지 않았다. “경기위원회에서 판정을 끝낸 일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밉살스러운 이미지가 된 것 같다. ‘부정행위를 하고도 눙치고 뻔뻔스럽게 경기하는 선수’라는.

강성훈이 이 사건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 이유는 PGA 투어 뜻에 따라서다. “투어에서 정리를 할 테니 선수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충고를 받았다. 이미 심판 판정에 의해 결정 난 상황이고 괜히 말을 꺼냈다 일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강성훈 사건은 너무 많이 보도됐다. 조용히 넘어갈 수준을 넘었다. 강성훈이 입을 열지 않으니 할 말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반대쪽 주장만 증폭되고 있다.

골프에서 부정행위 논란은 심각한 사안이다. 정직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부정행위자는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처럼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격이다. 골프닷컴 기사에 적시된대로 비제이 싱의 30년 전 사건이 아직도 그를 따라다닌다.

따라서 선수가 일방적으로 매도되고 있는데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PGA 투어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투어에서는 약속과 달리 사건 정리를 전혀 못해줬다. 좋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강성훈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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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20대 초반 아시안 투어에서 스코어카드 오기 논란이 일었던 비제이 싱.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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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미국 매체에 해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강성훈은 기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른 미디어의 의심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냥 방치하면 강성훈 뿐 아니라 LPGA 투어에서 뛰는 여성 선수들을 포함, 한국 선수 전체가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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