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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보는 놈도 처벌하라”…실제로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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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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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찍은 놈 올린 놈 보는 놈 가해자는 입 다물어!”, “찍는 놈도 올린 놈도 파는 놈도 보는 놈도 구속 수사 엄중 처벌 촉구!”, “웹하드와 사법부도 공범이다.”, “불법 카메라 규제법안 시행하라!”

지난 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몰카)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쏟아진 구호 중 일부다.

집회 참석자 구호 그대로 몰카를 찍는 행위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살펴보면 처벌할 수 없다.

관련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을 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에 대해서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있다.

처벌 기준을 보면 상대방 몰래 카메라로 촬영 또는 이 촬영물을 배포 하는 사람의 경우 처벌하고 있어 ‘혜화역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이 요청하는 ‘몰카를 보는 사람’의 경우 아직 처벌 규정이 없다.

이 가운데 지난 5월에는 ‘몰카를 처벌하는 시청자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최근 5년간 불법 촬영으로 26,654명의 여성들과 600명의 남성들, 또 3,652건의 성별 분간이 힘든 피해자들이 생겼습니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라면서 “불법 촬영 범죄를 완전하게 끊으려면 시청자도 처벌하는 법안이 꼭 필요합니다 ”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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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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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몰카를 보는 행위’ 역시 피해자에 대한 가해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디지털 성폭력상담소는 몰카를 시청·소비하는 것도 가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에 보는 것도 범죄행위에 일조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정착돼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뿌리 뽑힐 수 있도록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몰카 범죄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몰카 범죄는 2010년 1,134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7배나 치솟았다. 또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3.6%에서 2015년 24.9%로 늘어났다. 2012~2016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성행위 영상 신고건수도 1만8,809건이다.

이처럼 몰카 범죄에 대한 수치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관련 입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입법안 내용은 몰카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주로 △몰카를 직접 촬영한 사람뿐만 아니라 간접 촬영을 하거나 이미지를 편집한 사람도 처벌, △또 성폭력 범죄 상습범을 가중 처벌하고, 몰카 거둔 이익을 몰수·추징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다. 관련해 20대 국회에서 몰카 촬영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가결, 공포된 것은 단 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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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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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4일 열린 ‘혜화역 시위’에는 주최 측에 따르면 총 7만 명이 참가했다. 경찰은 인원 추산에 대해 집회 안전 관리만 하고 참석자들에 대한 인원은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페미니스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편파 수사가 없었다는) 경솔한 발언을 사과하라”면서 “‘시민다운 남성 시민’ 길러내기를 실패한 정부와 사회는 책임을 통감하고, 여성혐오 및 불법촬영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민 청장은 폭염을 대비 향후 집회에 아이스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민 청장은 “불법촬영 등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를 근절하고자 경찰 역량을 집중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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