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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리액션의 시대…호응 잘하면 나도 글로벌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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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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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무가 신곡을 내면 소속사 RBW만큼 바빠지는 집단이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는 리액션(reaction·반응) 전문 유튜버들이다.

지난달 16일 마마무가 공개한 신곡 '너나 해(Egotistic)'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한국, 미국, 인도네시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의 유튜버가 셀 수 없이 많은 리액션 동영상을 올려뒀다.

인기 있는 동영상은 조회수가 20만~30만회에 이른다. 내용은 주로 유튜버들이 마마무 뮤직비디오를 보며 "오 마이 갓", "아이 라이크 잇(I like it·좋아)" 같은 감탄사를 연발함과 동시에 몸을 흔드는 것으로 이뤄진다.

K팝의 전 세계적 인기와 함께 리액션 영상 제작도 폭증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아이콘, 마마무 같은 국내 최고 인기 그룹이 컴백하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경쟁하듯 달려들어 리액션 영상을 만든다. 이들의 작업 범위가 인기 아이돌 그룹 영상에만 머무르는 건 아니다. 이달의 소녀처럼 아직 완전체 등장 전인 신인그룹 티저 영상도 보고 평가하면서 데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블록베리 크리에이티브 관계자는 "이달의 소녀 내부 유닛 그룹 yyxy가 나온 이후부터 리액션 영상, '움짤' 등 2, 3차 콘텐츠가 생성되면서 팬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걸그룹은 오는 19일 예정된 2200석 규모 팬미팅 티켓을 매진시켰는데 데뷔 전 팀으론 이례적인 행보다.

영화, 먹방(먹는 방송), 예능 등 아이돌 외 영역에서도 리액션 영상이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파인브라더스엔터테인먼트(FBE·Fine Brothers Entertainment) 페이지에는 음식, 게임, 노래 가사에 대한 다양한 연령층의 리액션 영상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반응을 살펴보는 콘텐츠도 있다. 전 세계 1770여 만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FBE는 2016년 '리액트(react·반응하다)'라는 단어 자체에 상표권을 등록하려다가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리액션 콘텐츠의 홍보 효과가 크다 보니 기획사들은 뮤직비디오 이외에도 다양한 영상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은 뮤직비디오 외에도 리얼 버라이어티 '달려라 방탄', 여행기 '본 보야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에게 제공해왔으며, 각각의 영상물에 대한 리액션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남들의 반응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심리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나는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다.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TV 시대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TV를 보며 남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했다"며 "반면,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는 개인화돼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로 타인의 반응을 확인하는 사회적 시청 또는 '소셜 뷰잉(Social Viewing)'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생산 과정에 적극 참여하려는 신세대 욕구의 반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지수 인하대 인터렉티브 콘텐츠학과 교수(전 CJ E&M 애니메이션 사업부 본부장)는 "예전 팬들은 스타를 동경하고 앨범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지금의 10·20대는 커뮤니티 내 상호작용이 많은 것을 즐긴다"며 "이들은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그걸 통해 예전보다 더 단단한 팬덤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능하다"고 해석했다. 국내 한 보이그룹 팬클럽 회원인 A씨(33)는 "내 새끼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걸 보며 뿌듯해하는 것"이라며 "'국뽕' 심리와 유사한 게 아니겠냐"고 물었다. 이외에도 자신의 시선이 남의 시선과 유사한지 확인해보려는 동조화 현상의 일환(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지아스!(ZIAS!)' 등 힙합 리액션 채널을 구독한다는 힙합팬 B씨(27)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외국 힙합이 본토에서는 어느 정도 입지인지 확인해보는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했다. 한편, 리액션 영상은 아직까진 저작권자, 유튜버, 유튜브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업로드에 제약이 크지 않은 상태다. 창작자는 자신을 홍보하고, 유튜버는 클릭당 수원의 수익을 배분받으며, 유튜브는 플랫폼 세계 지배력을 키워나가는 공생 관계가 있는 것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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