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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여기 몰카 있어요"…'몰카 포비아' 확산에 애꿎은 업주들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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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몰카 주장 게시물에 무고한 업주 피해
일각에선 "오죽했으면" 반응도

아시아경제

1일 트위터에 올라온 몰카 피해 주장 게시물(사진=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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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떡볶이와 커피 등을 파는 유명 분식 프랜차이즈 서울 모 지점에서 몰카(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XX동 OO다방 화장실에 동서남북으로 몰카가 있다”며 “화장실 문 주변과 천장, 변기 뒤에 스티커로 일일이 막기 힘들 정도로(몰카로 의심되는 구멍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9000회 이상 리트윗(공유)되며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졌다.

게시물이 논란이 되자 자신을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이도 등장했다. 그는 이 트윗에 대해 “직접 지점을 방문해 확인했지만 스티커와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증거 사진이나 자료가 있다면 알려 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몰카 피해를 주장한 이용자는 “카메라를 누가 대놓고 두느냐”며 “사진은 본인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직접 찍어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허위사실일 경우 고소하겠다는 관계자에게 “고소하면 여혐기업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니 잘 생각하라”는 답변까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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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트위터에 올라온 몰카 피해 주장 게시물(사진=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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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당 지점의 점주라는 이까지 나타나면서 ‘몰카 소동’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뒤늦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논란과 관련된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자신을 점주라고 밝힌 이는 허위사실을 퍼트린 이용자를 고소 조치했다며 엄중히 대처할 것을 예고했다. 현재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는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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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몰카와 관련된 범죄가 터져 나오며 ‘몰카포비아(몰래카메라 공포증)’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공장소를 이용하다가 몰카가 설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가 보일 경우 이를 촬영해 SNS 등에 공유하는 등 '몰카 범죄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반면 엉뚱하게 '몰카 업장'으로 몰리면서 선의의 피해를 입는 이들도 생겨난다. 매장 위치와 이름까지 거론해가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올리는 일부 인터넷 이용자 때문이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도 지난달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가게를 방문한 손님이 자신의 SNS 계정에 “음식점 화장실에서 몰카 구멍을 발견했다”는 글을 올리는 바람에 A씨는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결국 손님에게 메시지로 사진까지 보내 몰카가 없음을 알리고 나서야 글은 삭제됐지만 이미 오해로 인한 이미지 실추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A씨는 “해시태그를 통해 매장 관련 게시물을 보던 중 터무니없는 글이 올라와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하루 만에 게시물은 삭제되고 사과도 받았지만 몰카가 있었던 음식점으로 낙인찍힐까 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대학원생 B(27·여)씨는 “일반 여성들이 사소한 일상 속에서 몰카에 대한 공포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며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평소엔 그냥 넘어갈법한 부분까지 의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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