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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임창용, 3998일 만 선발승에 `웃픈` 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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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황석조 기자] 42세 투수 임창용(KIA)이 지난 1일 무려 3998일 만에 선발투수 승리를 따냈다. 무모한 도전, 무리한 시도라는 부정적 평가 일색이던 임창용의 선발 전환이 실제 현장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거둔 셈.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칭찬했고 임창용은 “선발투수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고육지책으로 이뤄진 임창용의 선발 전환이지만 이렇듯 필요한 순간 결실을 얻게 된 측면은 있다. 팀과 임창용에게는 반색할 만한 일. 하지만 임창용의 이와 같은 변신이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서도 무조건적 낙관론으로 흐르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하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장기적으로는 팀에게 유리한 흐름을 안겨줄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다. 일시적인 기쁨을 넘어 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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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임창용(사진)이 전날 3998일 만에 선발투수 승리를 따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현재 선발진 구성에 있어 비상시국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지난해 8년 만의 통합우승을 일구는 결정적 공헌을 한 선발진이 올 시즌은 그 구성조차 힘겨운 과정을 겪고 있다.

2년간 200이닝씩 이상 던지며 효자외인 역할을 한 헥터 노에시는 8승을 따냈지만 구위가 현저히 떨어진 모습을 자주 비췄다. 토종에이스로서 리그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양현종 또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주고 있지만 그간 많은 이닝을 던졌다는 점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알짜외인이던 팻딘은 결정구 부족 단점 속 불펜으로 임무가 전환된 상태고 빠른 강속구가 자랑인 한승혁은 선발투수로서 버텨주고 있지만 아직 임팩트와 꾸준함에서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신성으로 거듭난 임기영은 이번 시즌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초반부터 기대를 모은 영건 선발후보들은 그 누구 하나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이러다보니 KIA 선발진은 풍족함은 고사하고 구성조차 어려운 상태에 직면했고 급기야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의 선발 전환이라는 새로운 카드까지 꺼내게 됐다. 임창용은 전날(1일) 등판 전까지 7월 동안 두 번 선발로 등판했는데 모두 5이닝 목전에서 강판되고 만다. 80개 여개 투구 수를 소화했다. 그나마 세 번째 등판에서는 팀 승리의 역할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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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사진)이 선발전환 후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42세 베테랑투수의 선발전환에 대해 대다수의 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임시방편이라기에는 그만큼 KIA 선발진 현실이 암담했다는 증거였고 10여년 이상을 불펜임무만 소화한 노장투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맡기고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근본적으로 미래로 나아가야하는 팀이 과거에 얽매이는 모습을 비추게 됐으며 이는 디펜딩챔피언으로서 맞지 않은 옷이라는 평가다. 팀 성적이 하락세를 거듭할 수록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 궁극적으로 임창용의 선발 전환이 주는 과정과 결과를 통해 KIA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는 KIA 벤치가 임창용 활용법에 대해 너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IA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창용은 김기태 감독이 (영입부터) 동행 정신으로 품은 케이스이지 않나. 김 감독도 임창용 활용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결국 (선발 전환이라는) 다소 무리한 카드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함께 가야 할 대상이기에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임창용 활용법을 두고 팀이 장고 끝 무리한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선발 전환에 대해 임창용은 전날 “올 시즌 불펜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기회도 안 오고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선발이 몸 관리하는데도 편하다. 특별한 부담은 없고 편하다”고 자신의 의지가 강했음을 은근히 시사했다. 거듭 “지금은 선발이니깐”을 강조하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올 시즌 팀 성적, 특히 불펜쪽이 흔들렸고 이는 임창용 스스로 몸 관리와 만족할 만한 피칭을 펼칠 수 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이다. 선발 전환을 통해 새 도전을 하고 싶어 했다는 증거도 됐다. 김 감독과 벤치도 변화하는 상황 속 이를 받아들였고 현재의 결과까지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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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활용법은 향후 남은 시즌 김기태 감독과 KIA에 장기적인 고민이 될 여지를 남겼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올 시즌, 이미 1강으로서 위용을 잃고 가을야구도 장담하기 어려워진 KIA로서는 부족한 선발진을 임창용이 메워준 모양새다. 그렇지만 내년 이후를 고려했을 때, 팀에게도 어울리는 답일지에 대해서는 분명 회의적인 전망이 존재한다. 40세가 넘은 노장투수에게 더 많은 이닝소화를 바라기도 어렵고 어느 순간 체력적 문제도 겪을 터다. 게다가 팀이 이번 시즌 힘겨워진 이유 중 하나로 수많은 베테랑 선수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데 더욱 이들에게 의존적으로 흘러 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러 이유를 종합하면 장기적 밑그림은 분명 아니라는 게 맞는 인식이다.

그렇다고 임창용이 다시 불펜에서 큰 역할을 해주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역시 KIA가 반등하고 다시 우승권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단한 뒷문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히는데 이 또한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언제까지고 임창용과 같은 베테랑들에게 팀 미래를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그렇다고 임창용이 소위 패전처리나 롱맨 역할을 맡기에도 그림 상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현실이다.

임창용의 3998일 만의 선발 승은 하나의 인간승리 표본으로 여겨진다. 그는 여전히 140km대 중후반 공을 던지며 배짱과 담력만큼은 아직도 경쟁력을 자랑한다. KIA로서도 부족한 부분을 가려주는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분명 아니다. 젊은 투수의 더딘 성장이라는 과제가 또렷해진 KIA 입장에서는 더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남은 시즌, 임창용 활용법은 KIA와 김 감독에게 주어진 현실적 고민이 될 전망이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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