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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제공 | EA&C |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뮤지컬 배우 카이(정기열ㆍ37)는 현재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와 괴물의 1인 2역으로 강렬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이며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남성과 그에 의해 탄생한 괴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뮤지컬에서 카이는 고지식한 남자 앙리와 괴물의 상반된 캐릭터를 오가면서 폭발적 가창력과 연기력을 선보이는 중이다.
개성있는 캐릭터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카이는 작품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카이는 “작품을 할 때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괴물이라는 역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접근했다.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이 과연 완벽할까 하는 질문을 통해 ‘무능력하다’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런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전적으로 연출의 디렉션을 믿고 따라간다. 배우가 자기 자신의 배역에만 집중한다면 연출은 그 모든 배역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혼자 캐릭터를 만드는 독단성은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무엇이든 왕용범 연출님과 상의하고 연출님이 오케이하면 실현했다. 새벽에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카톡을 드렸다. 카톡을 드리면 바로 답장이 와서 연출님 또한 밤새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느 날 연출님이 카톡을 보내 ‘나는 카이의 공연이 기대된다. 내 프랑켄슈타인의 첫번째 변주곡이다’라고 말씀하셔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다. 연출자가 나의 변주를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막이 올라 관객들이 함께 공감해주고 있어 참 위대하고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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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카이. 제공 | EA&C |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카이는 클래식의 길을 걷는 대신 팝페라와 뮤지컬로 외도(?)를 선택해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최근에야 성악 전공자 중 뮤지컬 배우가 다수 나왔지만 카이가 처음 진출하던 2011년 당시는 파격으로 여겨진 행보였다.
카이는 “성악을 전공한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당시 류정한, 김소현 선배 등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한 선배가 소수만 있을 때였다. 내 전공이 클래식이었지만 많은 사람들과 무대에서 같이 울고 웃기 위해서는 성악의 제약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나만의 음악을 찾기 위해 팝페라 가수로 데뷔했을 때 교수님들께서 ‘딴따라가 되려고 하냐’고 질타하셨다. 지금은 외국에서 성악을 공부한 분들도 팝페라를 하기도 하고 ‘팬텀싱어’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졌다. 성악을 전공한 후배들이 내게 진로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성악을 전공한 후배들을 자주 공연에 초대해 공연 모습을 보여준다.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경험담을 살려 상세하게 방법을 알려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배들의 모범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열정을 다한다.
“‘팬텀싱어’에 대학 후배들이 많이 출연했다. 그 후배들이 소주 사달라 짜장면 사달라며 많이 찾아왔었다. 포레스텔라 조민규 군 같은 경우는 입대할 때 기차역까지 배웅을 가기도 했었다. 그 후배들이 잘돼서 기분이 좋다.”
카이는 최근 남성지 ‘맨즈헬스’ 8월호 표지를 통해 근육질의 몸을 자랑했다.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필수기 때문에 몸 관리를 열심히 해왔다는 그는 “표지모델로 설 계획이 잡히고 나니 동력이 돼 5개월 동안 몸을 만들었다. 성악 하던 시절에는 100㎏이 넘었었는데 내 몸이 이렇게 바뀐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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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카이. 제공 | EA&C |
그동안 도련님 같은 배역을 주로 연기했다면 지난해 뮤지컬 ‘벤허’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뮤지컬 배우 7년차인데 뮤지컬이 너무 재미있고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걸 느꼈다. 도련님 이미지에서 어떻게하면 탈피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뮤지컬 ‘아리랑’에서 치기 어린 양치성 역할이 왔을 때 도전했던 것이 새로운 도전의 시발점이 됐던 것 같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뮤지컬 ‘벤허’를 만났고 배우의 몸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무척 큰 부분이라는 사실을 느껴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뮤지컬 배역을 맡으면 일상생활에서도 캐릭터와 분리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는 성격이다. 벤허 때는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가 탈수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지 않느냐”고 만류할 정도.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무대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 삶”이라는 그다.
취미가 뮤지컬이라는 그는 “뮤지컬이 단순히 무대에서 대사를 읊고 노래하는 것만이 아니다. 감정의 놀음이다. 의식적 흐름을 인식하는 것이 인간에게 내린 위대한 선물 같다. 그래서 저는 뮤지컬을 연구하고 연구해서 관객들과 어떤 감정의 교류가 일어났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성악과에서 학사를 받은 카이는 바쁜 활동 가운데서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논문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 번스타인을 중심으로 오페라와 뮤지컬의 유기성을 주제로 할 생각이다. 처음 팝페라에 입문했을 때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고군분투 했던 그는 공부를 통해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경험이든 배움을 얻는 성격이다. MBC ‘복면가왕’에 패널로 출연하는 그는 그 시간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뭔가를 따로 공부한다기보다 어떤 경험에서든 배우는 편이다. 요즘은 ‘복면가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내가 책으로 공부한 것들을 무대에서 직접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겸손해진다. 최근 가장 큰 배움의 장으로 ‘복면가왕’을 꼽고 싶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한번 공연하고 나면 6시간 동안 육체노동을 한 것처럼 체력이 고갈된다. 그러나 극한으로 자신을 소모한 후 느껴지는 희열을 만끽하는 중이다.
카이가 열연 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8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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