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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페미 지갑 털어 남자 배불릴 수 없어"…'몰카' 탐지기 펀딩, 결국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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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 프로젝트 팀 '불편한 사람들'의 텀블벅 펀딩 '몰카탐정 코난' / 사진=텀블벅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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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정호 기자] 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던 불법 촬영기기, 이른바 '몰래카메라'(몰카) 탐지기의 펀딩이 논란 끝에 중단됐다. 모금액이 한때 500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제품의 기능, 가격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젠더 문제까지 불거지며 프로젝트 진행 팀 측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의 프로젝트팀 '불편한 사람들'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자체 제작한 몰카 탐지기의 펀딩을 진행했다. 모금이 진행된 기기는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의 제품으로 개당 가격은 3만5000원이다. '불편한 사람들'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기존 몰카 탐지기보다 값이 저렴하며 크기가 작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몰카 렌즈를 찾을 수 있어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다.

최근 몰카 범죄에 대한 불안이 크게 확산된 상황에서 펀딩은 마감일을 9일 남기고 50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모이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펀딩 진행 과정에서 갖가지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제품의 가격과 성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불편한 사람들' 측은 3만5000원인 자사 제품이 '시중 최저가'일 뿐만 아니라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해당 제품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제품이 1만4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펀딩의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상품을 설명하는 이미지 중 하나에 각종 화장품과 명품이 놓여있어 여성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드러낸다고 비판했고 이에 '불편한 사람들' 측은 문제가 된 사진을 교체했다. 그뿐만 아니라 '불편한 사람들' 측이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남성도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내용이 알려지며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몰카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인데 굳이 남성 피해자를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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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람들'의 몰카 탐지기에 대한 트위터 반응 / 사진=트위터 @banoeb****(왼쪽) ,@F4LL****(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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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프로젝트팀 구성원 중 다수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기획은 남자들이 다 했던데 남자가 뭐가 불편한가? 불편한 여자들한테 장사 해 먹는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페미 지갑 털어서 남자 배불리기 싫으면 후원 취소하라", "피드백에 포함된 맨스플레인과 여혐 댓글을 방치하는 행태 등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불편한 사람들'은 텀블벅 공지를 통해 "시중에 판매되는 몰카 탐지기의 경우 기능적으로 부정확하며 불편함이 있지만 우리 제품은 이같은 부분을 개선한 것이다"라며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창작자 입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들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마진, 그리고 소비자에게 물어본 적정가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책정한 가격"이라고 해명했다.

또, 젠더 논란과 관련해서는 "남자 화장실 탐지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교 학생회 측의 요청을 받아 자비로 진행한 활동이며 이번 펀딩과는 별개로 진행된 것이다"라며 "다만, 저희는 남녀 모두가 진심으로 이 문제에 힘을 다해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팀장이 남자인 것은 사실"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공포를 겪는지 팀장인 제가 100%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계속해서 배워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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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텀블벅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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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펀딩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모금액은 1800만원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불편한 사람들' 측은 결국 공지를 통해 "잘못된 판단과 미숙함으로 인해 후원자분들께 많은 실망감을 드려서 죄송하다"라며 "전적으로 저희의 책임임을 받아들이며 펀딩을 중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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