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경찰관들과 여성안심보안관이 카메라 탐지장비를 이용해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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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얼굴이랑 몸이 다 잘 보이는 위치예요."
3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 정영란 서울 수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가 렌즈형 불법촬영 카메라(몰카) 탐지기를 휴지 걸이 대에 갖다댔다. 렌즈형 탐지기는 좁은 공간에 강한 불빛을 비춰서 작은 카메라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수초 간 탐지기로 휴지걸이 구석구석을 훑던 정 경위는 "문제없다"며 비좁은 화장실을 나왔다.
이날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보습학원연합회와 함께 1시간가량 대치동 학원가 보습학원 1곳과 수학학원 1곳의 화장실 등 총 5곳의 시설물에 몰카가 설치됐는지를 확인했다. 불법촬영 범죄를 방지해 여학생들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점검에는 서울시가 고용한 민간 점검단인 '여성안심보안관' 2명이 동행했다.
여경 1명과 여성보안관 1명이 수학학원 2층 화장실 안에 들어서자 공간이 꽉 찼다. 비좁은 화장실 안에 가까스로 손을 뻗어 렌즈탐지기를 켜 화장실 문고리와 휴지걸이, 문짝에 달린 가방걸이까지 꼼꼼하게 비췄다. 옆에 있던 여성보안관은 전자파 탐지기를 들어 천장 형광등에 갖다댔다. 전파 탐지기는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으면 빨간색 불빛이 깜빡이며 소리를 낸다. 다행히도 불법촬영 카메라는 없었다.
화장실 입구에는 홍명곤 수서경찰서장이 '몰래 찍고 유포하면 반드시 검거됩니다'는 문구가 적힌 불법촬영 경고 스티커를 붙였다. 홍 서장은 "앞으로 이 스티커가 몰카범들에게는 경각심을 주고 학생들은 안심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한 수학학원 화장실 입구에 '불법촬영 경고 스티커'를 붙이는 홍명곤 수서경찰서장/사진=이해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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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는 보습학원만 1300개가 넘고 일 평균 유동인구가 10만명에 달한다. 그간 경찰은 공용화장실 등에 대한 점검과 시설개선 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한된 인력과 장비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합동 점검을 계기로 강남보습학원연합회는 자체 불법촬영 탐지기를 구입해 상시적인 자체 점검에 나서게 된다. 경찰·지자체와 정기적인 합동 점검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불법촬영 점검이 실시된 학원을 다니는 정모양(17)은 "내 몰카가 음란물사이트에 올라가지는 않을까 걱정돼 평소 화장실을 이용할 때 휴지로 보이는 구멍들 마다 막았다"며 "특히 학원 화장실은 외부인이 맘대로 드나들어 늘 몰카가 걱정이 들었는데 경찰과 학원이 점검을 해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점검을 시작으로 지자체 청소년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불법촬영 점검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박현 수서서 생활안전과 계장은 "다음 달부터 민관합동 순찰대인 반딧불 순찰대가 학원연합회와 함께 한 달에 2번 야간 점검에 나서고, 여성보안관들과도 한 달에 2번 점검해 총 한 달에 4번 학원가 불법촬영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기자 hjl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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