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10명 이상 돌보며 잡무 산더미…교사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는 쥐꼬리…CCTV 설치 의무화도 별 효과 없어
3년 전에도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30대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 아이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부랴 뷰랴 모든 어린이집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이 나왔지만, 이후에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보육교사의 개인적 자질 문제를 꼽는다.
보육교사는 비교적 자격 취득이 쉽다. 3년 이상의 대학 교육을 거쳐야만 하는 유치원 교사와 달리 사이버 교육과 약간의 실습만으로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명감이 떨어지거나 자질이 부족한 보육교사를 양성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이후 실습 기간을 4주 160시간에서 6주 240시간으로 늘리고, 이수 교과목에 '보육교사(인성)론'과 '아동권리와 복지'를 추가하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마저도 2017년 이후 자격증 취득자에게만 적용된다.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그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도 문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영유아 학대 현황 및 예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1천247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47.2%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문제라고 답했다.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관리하며 실제로 느낀 감정과 다르게 말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반복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여기에 교사 대비 관리 아동 수가 턱없이 많은 것도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현행 규정상 보육교사 1인당 영·유아 수는 만 0세반 3명, 만 1세반 5명, 만 2세반 6명, 만 3세반 15명, 만 4∼5세반 20명이다. 보육교사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원아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엄마 1명이 자녀 1명을 돌볼 때도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보육교사 1명이 10∼20명의 아이를 동시에 돌보다 보면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얘기다.
보육 이외에 잡무도 지나치게 많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평가인증과 지도점검 준비, 일지 작성 등 잡무를 처리하고 청소와 교재 준비로 야근과 주말 출근이 잦다.
이 같은 근무 강도에 비해 급여 수준은 상당히 열악하다. 10년 차 보육교사의 급여가 월 2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애초부터 지금의 어린이집 근무 환경에서는 부모의 눈높이에 맞는 보육의 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열악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역시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각지대에서 학대가 가능하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순간적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카메라를 인식하지 않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CCTV 설치하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육아정책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영유아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학대를 당해도 표현하지 못하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보육교사 교육 강화, 교사 양성 과정 개선, 인력 확대, 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의 질을 높이는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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