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4만명 안전 확보 위해 총력
시민 불금…경찰은 불면의 금요일
“실례하겠습니다. 경찰관입니다. 비상벨이 울려서 확인차 들어갑니다.”
지난 13일 오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의 화장실. 불법촬영탐지기를 든 여의도 여름파출소 김성진(33) 순경과 이태웅(22) 의경이 여자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불법촬영 단속에 나선 것이었지만 경찰은 ‘비상벨이 울렸다’는 등 명분을 대고 들어간다. 시민들이 놀라거나 걱정할 것을 대비한 조치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탐지기로 화장실 내부를 샅샅이 훑었다. 다행히 불법촬영기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여의도 여름파출소는 한강 주변을 따라 만들어진 임시파출소 5곳 중 한 곳으로 매년 여름 두 달간 운영된다. 여름동안 하루 평균 2만2000여 명, 주말이면 최대 4만명에 달하는 여의도 한강공원 방문객들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름파출소는 공원 인근에 컨테이너 박스 하나에 임시로 차려졌지만 접수되는 신고 유형은 주취폭력, 절도, 성추행 등 다른 파출소 못지 않다. 게다가 매일 불법촬영 단속까지 벌이면서 업무량이 많아졌다.
김 순경은 “불법촬영에 대한 우려가 최근 커진 만큼 매일 불법촬영 단속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불법촬영 단속을 마치기 무섭게 사건 하나가 접수됐다. 한 여성의 남편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 경찰관들도 긴장의 연속이다. 이들에게 전달된 정보는 남편의 이름, 전화번호, 인상착의, 그리고 그가 여의도 한강공원 근처에 있다는 것 뿐이었다. 홍동규(48) 경사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을 거부했다. 우선 근처를 순찰하며 그를 찾기 시작했다. 사건이 접수된 지 1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서강대교 근처에서 소주를 마시던 한 남성을 발견했다. 아내가 찾던 바로 그 남편이었다. 홍 경사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여긴 위험하니까 파출소 가셔서 커피나 한 잔 하자. 가족이 걱정한다”며 그를 설득했다. 그는 눈물을 닦으며 순순히 홍 경사를 따라갔다. 파출소에서 그와 면담을 가진 홍 경사는 “안 좋은 마음은 이해한다. 뭐라고 말해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일단은 이렇게라도 만나게 되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며 그를 연신 위로하고 설득했다.
지난 3년 간 여름파출소에서 자살시도사건을 자주 다뤘다는 홍 경사는 “이 분은 그나마 협조적인 분이다. 자살시도자가 술 취한 채 욕하고 떼쓰면 훨씬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오전 1시께 또 다른 신고가 들어왔다. 한강공원 인근에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노트북이 든 가방을 도난당했다는 것.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자전거를 탄 사람이 노트북 가방을 들고 달아난 것이 확인됐다.
분실자 홍모(29) 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이 사건 경위를 상세히 묻고 렌즈통까지 증거물로 확보하는 등 친절하게 대응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도난 당한 지 40분 후에서야 경찰에 신고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ㆍ박이담 수습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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