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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TV]"격동과 낭만의 시대"…'미스터션샤인' 속 조선은 현재진행형

헤럴드경제 안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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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TV]"격동과 낭만의 시대"…'미스터션샤인' 속 조선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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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tvN ‘미스터 션샤인’(연출 이응복/ 극본 김은숙)이 얘기하고자 하는 구한말 조선은 애신(김태리 분)의 이 짧은 대사 안에 응축되어있었다. 누군가의 눈에는 낭만의 시대로, 또 누군가의 눈에는 격동의 시대로,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기회의 시대로 받아들여지던 조선의 마지막 시기. 애신에게 있어 총구는 낭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보다 격동적인 기회였으니, 대사 하나가 주는 울림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옴은 부정할 수 없었다. 각기의 다른 시선이 모여드는 것.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또한 구한말 조선을 단 하나의 시점으로 보지 않고 여러 시점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뚜렷한 역사적인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그 속에서 시청자 스스로가 의미를 도출해내게끔 만들고 있다.

2회가 끝이 나고 ‘미스터 션샤인’은 한 차례 폭풍우를 맞았다. 바로 ‘친일 미화’ 논란이었다. 극 중 ‘구동매’(유연석 분)라는 캐릭터가 다소 친일 미화의 소지가 있고, 역사적 사건 속 실체 단체를 배경으로 삼은 점이 옳지 않음을 지적 받은 것이다. 가장 큰 지적을 받은 부분은 바로 구동매가 소속되어있던 흑룡회였다. 흑룡회는 실제 일본 보수극우단체 겐요사의 하부조직으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범. 이에 독립운동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애신을 흑룡회의 구동매가 사랑한다는 것은 다소 친일 미화의 여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흑룡회를 무신회로 수정했고, 앞으로 방영될 방송분을 모두 수정키로 결정하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구한말 조선을 그려내는 것은 꽤나 복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 친일과 매국행위에 대한 청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보상이 적극적으로 행해지지 않는 현재의 사회상이 그대로 역사관에 침투한 결과다. 시청자들은 친일파와 매국노에 대해 그리는 것에 있어 이들을 선으로 표현하기보다 절대적인 악으로 규명하는 것을 선호한다. 더불어 나라를 팔아먹은 대신관료들을 비롯하여 당시의 상황을 비롯하게 만든 관료들에 대한 비판을 선호한다. 허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여러 사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누가 조선을 망하게 하고 일본을 조선땅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여전히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지기 십상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캡처

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방송화면캡처


그렇기에 ‘미스터 션샤인’은 어느 누군가를 절대적인 악으로 규명하기보다 왜 조선이 이처럼 분열하고 그 안에서 왜 그토록 목숨을 바쳐 조선을 지키려한 인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서로의 사연이 있고 이해관계가 있다. 물론, 매국노들에 대한 비판은 그만두지 않는다. 유일하게 상정되는 절대적인 악은 이러한 매국노들뿐이다. 대표적인 경우는 이완용을 각색한 이완익(김의성 분)이라는 인물. 오로지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이완익은 나라를 팔고, 나라를 지키려한 독립투사들을 무참하게 사살했다. 하지만 일본의 칼을 차고 일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구동매는 절대적인 악일까. 또한 미국의 총을 차고 다니며 조선인들에게 총구를 들이미는 유진 초이(이병헌 분) 또한 악의 존재일까. '미스터 션샤인'은 이를 잠시 돌아보게 만든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들을 그려내는 것에 각자의 사연을 첨가시켰다. 왜 이들이 조선을 떠나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지게 되었는가다.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바로 신분제다. 구동매는 백정, 유진 초이는 노비의 신분으로 태어난 인물들이다. 하지만 조선을 벗어난 그들은 평민이 됐다. 더불어 구동매는 일본인을 이끄는 조직의 두목이 됐으며, 유진 초이는 미국의 장교가 됐다. “미군의 총은 양반 상놈 안 가리니까. 민주적이라”고 말하는 유진 초이의 대사는 조선을 당시 격동의 상황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 신분제의 폐단에서 비롯됐다는 사관을 담아낸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겹쳐지니 조선의 땅에서 움직이는 기차에 일본군과 미군이 모두 총을 들고 몸을 싣게 됐다는 것이다.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베, 불란서 양장, 각국의 박래품들”처럼 개화는 누군가의 낭만이었다. 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독립투사들에게는 격동이었고, 나라를 팔아 자신의 이득을 챙길 이들에게는 기회였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은 외세의 침략이 주가 된 것이 아니다. 친일파의 매국 행위, 신분제에 갇혀 백성을 품지 못한 나라, 자연스러운 개화를 막고 또 이를 억지로 열어젖히려는 열강의 욕심 등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며 벌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이해관계로 얽혀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고, 나라의 분열은 더욱 심해져 남북으로 갈라서 있고, 계층의 계급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에 대해 분개하는 이들에게는 ‘미스터 션샤인’은 100년 전 그저 구한말 조선의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 현재진행형의 역사로 이해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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