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기적을 만드는 김세영, 다음은 소렌스탐의 59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렌스탐의 LPGA 최소타 기록들

‘도장깨기’처럼 하나씩 바꾼 김세영

이제 남은 건 18홀 60타 벽 돌파

장타력 갖춘 만큼 퍼트 실력이 열쇠

중앙일보

김세영은 LPGA투어에서 버디와 이글을 많이 잡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세영은 뭔가 있다. 김세영의 아버지는 “생후 100일쯤 됐을 때 지나가던 스님이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남자로 태어났으면 세상을 호령할텐데’라고 했다. 스님은 세영이의 튀어나온 꼬리뼈를 보고는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릴 아이이니 잘 키우라'고 당부하더라”고 기억했다.

스님이 예언한대로 김세영의 내면에는 세상을 호령할 슈퍼맨이 있고 가끔 나온다. 2013년 KLPGA 투어 한화 클래식에서 김세영은 막판 천둥처럼 이글과 홀인원을 터뜨리면서 말도 안되게 유소연에 역전승했다.

2015년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은 마지막 홀 칩샷을 집어넣어 연장에 갔고 154야드에서 홀인을 시켜 박인비를 침몰시켰다. 박인비는 “세영이는 기적을 만드는 선수”라고 평했다.미국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crazy'라고 쓰는데 신들린 듯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김세영이 손베리 크릭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언더파 기준 최저타(27언더파-31언더파)와 타수 기준 최저타(258타-257타) 기록을 한꺼번에 깼다. 코스가 쉬웠다고는 하지만 김세영의 기록이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 최저타 기록은 쉬운 코스에서 나오는 것이다.

PGA 투어도 그렇다. PGA 투어의 72홀 언더파 기준 최저타는 33언더파다. 2009년 스티브 스트리커가 밥 호프 클래식에서 세웠다. 이 대회는 프로암 형식으로 아마추어와 함께 웃고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회다. 코스 세팅을 어렵게 하지 않는다.

당시는 5라운드 경기였는데 스트리커는 4라운드까지 33언더파를 치더니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5오버파로 부진했다. 결국 28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는데 그 스코어로도 우승을 하지 못할 정도로 코스는 쉬운 편이었다.

PGA 투어 72홀 대회 언더파 기준 최저타 기록도 비슷하다. 1, 2위가 모두 하와이 카팔루아 플렌테이션 코스에서 나왔다. 리조트에 세워진 코스는 일반적으로 쉬운 편이다. 놀러 온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줘서 좋을 게 없지 않은가.

2003년 어니 엘스가 기록한 31언더파가 1위다. 같은 31언더파지만 타수로는 김세영보다 4타를 더 친 261타다. 코스가 파 73이어서다. 플렌테이션 코스에는 점수를 줄일 낚시터인 파 5홀이 5개나 있다.

김세영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LPGA 투어의 최저타 기록 여러 개를 안니카 소렌스탐이 가지고 있었다. 김세영이 그 기록들을 깨고 있다. 언더파 기준 72홀 최소타는 깼고 언더파 기준 54홀 최소타는 소렌스탐과 타이를 이뤘다. 72홀 언더파 기준 최소타 기록 상위 3개 중 김세영이 2개 소렌스탐이 1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폭발력을 가진 김세영은 역시 소렌스탐이 가지고 있는 18홀 최저타 기록 59타에 도전해볼만 하다. 소렌스탐이 LPGA 투어 72승과 더불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록이며 의미도 크다.

소렌스탐이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1992년 LPGA Q스쿨에서 낙방해 한 해를 유럽에서 뛰어야 했다. 25세이던 1995년에야 처음으로 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이후 소렌스탐은 지치지 않는 의지를 가진 난적 박세리와 카리 웹을 상대해야 했다.

소렌스탐은 그들을 이길 열쇠는 퍼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0년 겨울 다른 연습은 하지 않고 그린에서 살았다. 하루에 몇 개의 퍼트를 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퍼트를 했다.

이듬해 명실상부한 여제로 등극했다. 2001년 스탠다드 핑 레지스터 2라운드에서 친 59타가 분수령이 됐다. 이를 통해 박세리와 카리 웹이 가지고 있던 LPGA 투어 한 라운드 최저타(61타) 기록을 2타 줄였다. 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60타의 벽을 깼다. 다른 선수들이 못 가본 곳에 혼자 갔고 경쟁자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을 쌓았다.

김세영의 열쇠도 역시 퍼트다. 김세영은 31언더파를 친 손베리 크릭 클래식에서 그린적중시 퍼트 수 1.63으로 3위였다. 27언더파를 쳤던 2016년 파운더스컵에서는 그린적중시 퍼트 수 1.53으로 1위였다.

장타력을 가진 김세영이 퍼트를 겸비한다면 소렌스탐에 이어 두 번째로 60타를 깨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59'라는 숫자와 함께 '잘 하는 선수'에서 여제로 거듭난 소렌스탐처럼 한 단계 발전할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최저타 기록은 쉬운 코스에서 나온다. 이번 주 마라톤 클래식이 열리는 하일랜드 메도우, 파운더스컵이 열리는 와일드 파이어, 지난 주 기록을 세운 손베리 크릭이 점수 내기에 좋은 코스다. 소렌스탐도 그랬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