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숨겨진 진실’이란 제목의 성인영화, 모욕적”
“피해자들에게 완전무결함을 요구하지 말라”
“‘미투’는 더 나은 노동환경 만들기 위한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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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성인영화의 소재로 전락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첫 공개재판 내용을 보도하는 기사에는 “불륜”, “꽃뱀”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 촬영회 성폭력 사건이 공개된 뒤에는 피해자의 사진을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열렸다. 한국 사회가 ‘미투’ 운동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관련기사 : 성인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상영 논란…“제한상영가 받아야”) 실제로 ‘미투’ 운동에 참여하고, 가해자 또는 회사와 직접 싸우고 있는 고발 당사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3월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이 모여 출범한 전국미투생존자연대 회원들에게 물었다. 연대 대표인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전남 시비에스(CBS)의 강민주 피디, 한국방송(KBS) 파견직 직원이었던 부현정씨, 국내 한 대기업에서 반복된 성희롱으로 퇴사한 ㄱ씨가 모여 이야기를 털어놨다. 촬영장에서 유명 사진작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모델 김보라씨도 참여했다. ‘미투’ 고발자들은 성범죄를 고발하는 과정부터 수사, 소송, 판결에 이르기까지 단계단계마다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방담과 전화 인터뷰를 엮어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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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 예술이 아닌 폭력이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의 고발자들은 ‘미투’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된 데 대해 “모욕적이다”, “화가 난다”, “피해자를 농락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도, 예술 창작의 자유도 결코 누군가의 피해 경험을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보라 ‘미투’ 피해자들을 모두 꽃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나요? (제작·배급사는) 정말 돈만 생각했다는 거죠.
부현정 영화 속 상황 자체가 ‘미투’도 아닌데 왜 이용했는지 모르겠어요. (배급사는) 그 단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미투’를 한 용기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미투’ 고발 자체도 포르노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저 “이렇게 강간당했대∼”하면서 소비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강민주 가해자들은 내심 ‘미투’가 결국 ‘꽃뱀’인 여성으로부터 짜여진 각본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겠죠. 그런 심리, 욕망을 긁어주려는 것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ㄱ씨 ‘미투’를 상업화려고 했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더라고요. 전에 ‘배달의 민족’ 공모전에서도 ‘미투’를 희화화한 공모작품이 있었고, 웹툰 플랫폼 탑툰에선 성인만화를 홍보할 때 ‘그녀의 미투, 복수극’ 이런 식으로 광고한 적이 있어요.
남정숙 결국 이런 영화가 사회를 다시 퇴행하게 만드는 거죠. ‘미투’를 통해 그동안 사회에 있던 성폭력 문화를 바꾸고 전진해나가는 과정이었는데 말이죠. 수많은 피해자들이 계속 외상을 겪고 있는데 (이런 영화는) 거기에 또 폭력을 휘두르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상처를 가하는 건 예술이 아니라 폭력이죠.
전국미투생존자연대는 다음주 초 영화배급사를 상대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연대는 △성폭력 피해자의 ‘미투’를 상업화하는 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이용·강화하는 점 △‘꽃뱀’ 몰이와 강간문화를 조장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영화 배급사인 에스와이미디어 쪽에 제목과 홍보물에 ‘미투’를 사용하는 걸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에스와이미디어는 5일 “본 영화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물이며 본 영화가 ‘미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특정 개인 또는 단체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연대의 요청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수용할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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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가 계속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비난하지 말라”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을 보도한 기사에는 “솔직히 이건 불륜이지 뭔 성폭행이야 웃긴다 진짜”, “웃기는 여자애네”, “미투의 본질을 흐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난 생각한다” 등 고소인을 비난하는 댓글이 가득했다. 특히 고소인인 김지은 전 비서가 직접 공판을 방청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방청을 할 겨를이 있나 보네. 정녕 피해자가 맞는지 지금까지 의심이 든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현상은 성범죄 사건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연대 회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완전무결함을 요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피해자요? 아마 상상 속의 동물인 ‘해태’랑 같은 존재일거예요.” 김보라씨는 말했다.
강민주 우리나라는 피해자한테 결점이 단 하나도 없고 완전히 무결하기만을 바라요. 정작 사회는 무결하지 않은데도요. 제가 사내 성희롱에 대응하면서 제일 잘한 건 ‘녹취’라고 생각해요. 일상적으로 성희롱 발언이 오갔고, 그 때마다 불쾌하다고 말했지만 안 변하더라고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니 되려 “왜 그 땐 문제제기 안했냐?”라고 했어요. 결국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녹취를 했고, 이 증거 때문에 무고죄로 고소당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회사에선 녹취록을 낸 것만으로도 ‘진짜 무섭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프레임을 만들더라고요. 녹음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데요.
남정숙 저도 녹음을 열심히 했어요. 분명히 “성희롱·성추행 하지말라”고 이야기했는데 가해자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해요. 자꾸 이상한 행위가 반복되니까 어쩔 수 없이 녹음을 했는데, 여기에도 이중잣대를 들이대요. 만약 제가 녹음을 안 하고 고발했으면 거짓말쟁이가 됐을 거예요. 그런데 이 녹취자료를 증거로 내니까 가해자 쪽 변호인은 “성추행을 고발하려고 준비한 사람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경찰,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항상 똑같이 증언할 것을 요구하거나 피해자의 행실만 물고 늘어지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부현정 말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검사가 바로 “수상한데?”이래요. 예를 들어, 처음에 “이 남자가 저를 쓱싹쓱싹 만졌어요”라고 말했는데, 그 다음 진술에서 “이 남자가 저를 질척하게 만졌어요”라고 하면 검사가 바로 제동을 걸어요. “만졌다”는 사실이 포인트인데 ‘쓱싹쓱싹’과 ‘질척질척’이 달라졌다고 지적하는 거죠.
ㄱ씨 피해자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니까 사건을 잊고 떨쳐내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런데 이런 현실은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하고, 모든 사안에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아니면 무고죄라고 하죠.
김보라 저는 프리랜서 모델이기 때문에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일을 구해요. 그래서 사건 뒤에도 에스엔에스를 계속 해야 했어요. 그렇게 안하면 돈을 못 버니까요. 제가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일도 하면 안 되나요?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소송비용도 다 돈인데…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너는 무슨 힘든 일을 당했다는 애가 에스엔에스를 하고 그래?” 이런 식으로 비난하는 거죠.
부현정 검찰 조사과정에서 “너도 좋아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질문이 들어와요. 제가 반문했죠. “아니 남자친구가 있는데 유부남이랑 처음 만나자마자 사랑을 해요?” 그랬더니 “(그런 것도) 할 수 있지 않아요?”라고 받아들이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면 그런 생각이 가능하죠? 보통 여자들은 유부남이라고 하면 ‘가정도 있으니 나한텐 (성적으로) 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는데 검사들은 “유부남도 남자다. 아내가 있어도 사랑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간통죄 폐지 때문인가요? 이런 거에 죄의식이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또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더 위험해지고 싶지 않아서 반항을 크게 못하는데 그걸 가지고 “반항을 안 했으니까 너도 사랑한거야”라는, 아직도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김보라 내가 어떤 걸 선택하든, 남이 나한테 해를 저질러도 되는 이유가 되진 않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유독 성범죄에 대해선 너무 쉽게 그렇게 생각해요. 그 사람들의 논리로 따지면, 피해자들은 피해를 겪자마자 다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해요. 피해자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 하는 노력에도 비난을 하는 거죠. 또 성범죄에서 중요한 건 범죄인데 무조건 ‘성’에만 초점을 맞춰요. 중요한 건 ‘성을 매개로 한 폭력’이란 점인데 사람들은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성’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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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를 감싸는 회사에서 어떻게 성폭력을 바로 고발하나요?”
‘미투’ 고발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왜 사건 직후에 바로 고발하지 않았냐”는 추궁이다. 시간이 흐른 사건을 뒤늦게 용기내 고발할 경우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부터 듣기 일쑤다. 하지만 고발자들은 가해자부터 감싸고 쉬쉬하는 조직문화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ㄱ씨는 임원과의 접대성 회식에 억지로 불려갔음에도, 사내의 2차 가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경우다. 그는 “회사 안에선 누구도 내게 도움을 줄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ㄱ씨 회사 사람들이 “너는 회식만 해서 진급했잖아”, “몸 팔아서 회사 다닌다”, “얼마나 권력에 눈이 멀었으면 임원 뒷꽁무니 따라다니냐” 이렇게 뒤에서 말하고 다녔어요. 제가 처음 그 회식 자리에 참석했을 땐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어떤 자리인지 아예 모르는 상태로 갔어요. 그 다음부턴 (회식에) 못 간다고 말해도 “너 빽있어?”, “아빠가 부자야?”, “너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야”라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제 위 사수를 대신 불러 혼내기도 하고요.
왜 바로 말을 안했냐고요? 인사팀에서 회식 문화에 대한 제보를 받고 저희 본부를 한 번 싹 조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만 인터뷰하고 피해자는 안했죠. 가해자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하고 끝났어요. 그걸 보고 회사 안에선 누구도 내게 도움을 줄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부현정씨는 사내 징계규정 시효가 짧아 소송 결과를 반영할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연대는 한국방송에 부씨의 가해자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같은 가해자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의 판결문을 토대로 한 징계 요청이었다. 하지만 한국방송은 “직원 최아무개는 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바와 같이 피해자에 대하여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공사의 인사규정은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징계 처분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징계는 어려울 것 같다”는 회신을 받았다.
부현정 일단 고발을 하면 경찰 조사가 6개월 이상, 검찰에서도 6개월 이상 걸려요. 재판에 회부되면 거기서 또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려요. 만약에 1심에서 져서 또 싸워야 한다면 1년 이상이 걸리고요.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데, 보통 1심으로만 끝나진 않잖아요. 이런 상황을 모르고 그런 인사규정이 만들어져있다는 건 처벌할 의지 자체가 없는거죠. 기준을 ‘판결문 나온 뒤 2년’ 이렇게 잡을 수도 있는데, 결국 그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가 조직의 도덕성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남정숙 학교에서도 1심에서 유죄가 되면 교수는 무조건 파면이예요. 제 경우엔 가해자가 1심 판결 이후 보름있다가 사직서를 냈는데 그걸 학교가 받아주더라고요. 동문회에서 항의를 하니까 학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하고요.
김보라 얼마 전 촬영회 성폭력 사건이 공개됐을 때 “걔는 돈을 받았지만 너는 안 받았으니까 괜찮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저를 너무 화나게 해요. 그럼 돈을 받았다고 해서 성폭력도 허락하는게 되나요? “너가 싫었으면 안했으면 됐잖아”라는 말도 너무 쉽게 해요. 생계를 유지하는 일인데 하찮게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회식자리가 싫다고 바로 거절하고 회사를 그만두나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남을 평가하고 용기를 낸 사람에게 “쟤는 100% 꽃뱀”이란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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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는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이들은 ‘#미투’ 이후의 삶과 사회를 고민하고 있다. 강민주씨는 긴 싸움 끝에 회사로부터 ‘부당한 해고’였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복직하라는 결정을 받았으나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아직까지 사내 성희롱을 고발하고 해고됐다가, 다시 복직해서 회사를 다니는 선례를 못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미투’가 곧 ‘건강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민주 그동안은 앞서 싸워준 분들의 사례를 보고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까진 (고발자가) 복직을 해서 해당 조직에서 잘 지냈다는 이야기는 못들었어요. 방출이 되거나, 타의에 의해 사표를 쓰는 식으로 결국 조직을 떠나는 분들만 봤어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없는 선례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저는 ‘미투’를 비단 성별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자 상사로부터 남자 신입 직원이 성추행 당하는 사례도 있을텐데, 오히려 그 피해자분들은 더 공개를 힘들어하실테니까요. 이건 인권의 문제고 동시에 건강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예요. ‘여혐’, ‘남혐’ 이런 식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더 나은 노동환경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길 바라요.
ㄱ씨 처음 회사를 나왔을 땐 ‘남자 없는 사회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피해 당한 여성이 다시 한 번 피해를 입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피해 당사자들이 말을 잘 안해서 그렇지 이런 일이 사실은 만연해있다는 걸 사회에서 인정부터 하고, 계속적인 관심을 통해 ‘이건 잘못된 일이다’라는 인식이 상식적으로 통하는 사회가 와야죠.
무고죄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해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현정 무고죄 강화 이전에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게 우선인 것 같아요. 상대가 원치 않는 성희롱, 성추행 등은 분명히 범죄라는 인식이 생기고, 각자 조심하는 사회가 된다면 오히려 무고죄에 대해서도 더 엄격하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김보라 사회 전반에 ‘강간문화’라는게 자연스럽게 깔려 있잖아요. 이 단어에 발끈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전 묻고 싶어요. ‘야동’이든 ‘룸’에 간 경험이든 웃긴 이야깃거리 중 하나로 소비한 적이 없었냐고요. 제가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을 땐, 저도 그런 얘기가 나오면 그저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웃었던 것 같아요. 안 웃으면 ‘쿨하지 못한 사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요. 이미 ‘강간문화’를 체화했던 거겠죠. 글쎄요, 산에서 살지 않는 이상 성희롱, 성추행 한 번 안 당해본 여성이 있을까요?
지난한 싸움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보다 더 공감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건네기도 했다. 함께 있다는 사실 때문일까. 까르르 웃음도 터져나왔다. “피해자는 웃거나 즐거우면 안된다”라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부수는 시원한 웃음이었다. “‘미투’는 결국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남정숙 연대 대표는 말했다. “자신이나 자신의 딸, 또는 후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앉아선 사회가 절대 바뀌지 않잖아요.”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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