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극명히 갈린 샘슨-휠러의 처지, 울고 웃는 한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너무나도 상반된다. 한화 이글스 두 외인투수 키버스 샘슨(27)과 제이슨 휠러(27)의 처지가 그렇다.

지난 5일 경기서 그토록 든든했던 한화 선발 마운드는 하루 뒤인 6일에는 허약하고 위태로웠다. 5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선 샘슨이 7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9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에이스로서 팀 연패를 끊어냈고 7이닝 이상 던졌으며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가도록 만들었다. 벌써 시즌 9승째, 탈삼진도 132개로 단독 선두다.

시즌 초반부터 샘슨을 향해 “최고의 외인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한용덕 감독은 6일 경기를 앞두고 샘슨의 투구를 복기하며 “어제 경기가 샘슨의 최고투구”라고 극찬했다. 이어 “완투할 줄 알았다”며 갑작스러운 볼넷허용으로 아깝게 놓친 완투페이스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전반기 동안 샘슨의 모습에 대해 “더 바랄 게 없다.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매일경제

호투하는 샘슨(오른쪽)과 부진한 휠러 한화의 두 외인투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싱글벙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던 한 감독이다. 샘슨은 그런 존재였다. 그가 초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한 감독은 신뢰를 내비쳤고 그때마다 최고의 투수, 최고의 내용을 펼쳤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관심 속 샘슨은 기대 이상으로 살아났고 그렇게 한화를 이끄는 든든한 에이스가 됐다.

반면 또 다른 외인투수 휠러 이야기가 나올 때는 사뭇 진지한 자세가 감지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휠러는 잘 나가는 한화의 뇌관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전날(6일) SK전 포함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9패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 중이다. 마지막 승리가 5월9일 넥센전이다. 첫 등판 이후 심심찮게 6이닝 이상 피칭을 해줬는데 그 또한 5월20일이 마지막이다. 이제는 매번 5이닝 안팎에 머물고 있다.

휠러는 간단히 표현하면 제구력을 기반으로 한 좌완투수다. 공 빠르기보다는 볼 배합과 커맨드로 승부해야하는데 이 모든 게 잘 안 되고 있다. 심판 판정에 있어 자주 어려움을 겪는데다가 결정구가 없다보니 확실히 매조 짓는 한 방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투구 수가 많아지며 소화이닝도 줄어드는 패턴. 냉정하게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교체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6일 한 감독은 “휠러가 언론을 통해 (자신의) 교체이야기가 나오니깐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헛소리라고 이야기해줬다”고 밝히며 “당초 휠러는 건강하게 선발로테이션만 유지해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에 맞게 해주고는 있다. 다만, 팀이 순위권 싸움을 하다 보니 기대치가 올라간 상황이 됐다”며 달라진 팀 상황 속 휠러의 역할이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 됐음을 전했다.

매일경제

초반과 달리 샘슨(오른쪽)과 휠러의 처지가 크게 엇갈리고 말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감독이 휠러의 마음을 일단 진화했지만 휠러는 6일 인천 SK전서 또 다시 부진했다. 5이닝 동안 110구를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삼진 4실점을 기록했는데 무엇보다 초반부터 제구불안이 제대로 노출됐다. 경기는 시작 전 박빙승부가 예상됐지만 SK가 선발싸움서 압도하며 손쉽게 승기를 가져갔다. 한화로서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을 만한 경기였다.

외인투수라 할지라도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사령탑으로서 이를 다독여주는 것도 임무다. 그러나 팀은 선두권 싸움을 펼치고 있고 여기에 단기전인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확실한 선발, 특히 외인투수가 필요하기에 한 감독은 물론 팀 전체가 고민에 빠진 상황이 된 것이다.

휠러의 운명은 이러한 한화의 고민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기존대로 팀 전력을 맞춰가는 시기라 판단한다면 더 시간을 주고 성장을 도울 것이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후반기 시작 때 교체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한화와 한 감독으로서는 어떠한 선택도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게 분명하다.

다만 휠러는 올 시즌 2승을 모두 (시즌 초반) 넥센전에서 거뒀다. 다소 공교로운데 한화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대전에서 넥센과 예정됐기 때문. 일정대로라면 휠러는 마지막 날인 12일 넥센전 등판이 가능하다. 분위기상 이때까지의 등판은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휠러로서는 유종의 미, 혹은 반전의 시발점 등 모든 시나리오를 쓰는 게 가능하다. 한 감독은 내심 마지막 등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다.

hhssjj27@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