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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술집여자보다 못한 사람" 故 장자연 사회적 타살 '진실 규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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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

고(故) 장자연이 생전 전 총괄 매니저였던 유모씨에게 토로한 말이다.

6일 한국일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진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관련자들의 각종 소송전을 거치면서 작성된 기록을 확보해 보도했다. 5048쪽에 달하는 고 장자연 사건 수사 재판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또 한 번 사회적인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국일보가 보도한 해당 문건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 “장자연, 시도 때도 없이 술집 불려 나갔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해당 기록들에 따르면 2007년 계약 이후 장자연은 최소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씩 술접대에 불려 나갔다. 어머니 기일에도 예외가 없었다.

2009년 3월 15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진술조서에 따르면 같은 소속사 후배 연기 지망생으로 장자연과 친분이 두터웠던 윤모씨는 “일주일에 많게는 4일, 적게는 2일가량 기획사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갔다. 강남에서 이름 있는 술집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술집에서 일하냐’고 오해할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장자연을 성추행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윤씨는 “김 대표는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장자연의 가슴을 손으로 주무르면서 만졌으며 장자연이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면서 손을 치우도록 했고, 그런 일은 자주 있었다”고 했다.

또 “김 대표 생일에는 술 테이블에 장자연이 올라가서 춤출 때 앉아 있던 김 대표와 손님들이 치마 속 팬티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며 “심지어 한 손님은 장자연을 자기 무릎에 앉히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만지고 겉으로 가슴을 만졌다. 장자연이 하지 말라고 해 자리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전 로드 매니저는 2009년 3월 23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어머니 제삿날인데도 술자리에 갔다’며 서럽게 울었다”고 증언했다.

고 장자연은 전 총괄 매니저로 독립해 기획사를 차린 유모씨에게 찾아가 “요즘 많이 힘들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재구성한 2010년 9월 10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공판 조서에 따르면 유씨는 “장자연이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하루에 손님을 몇 명을 받아’라고 물어보기에 ‘장사가 잘되면 많이 받겠지만 하루에 2, 3명쯤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라며 “그러자 자연이가 ‘그럼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증언에도 당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소속사 대표의 술접대ㆍ성 접대 강요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소속사 대표 김모씨는 장자연이 제시간에 오지 않으면 늦은 시간만큼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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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공소시효기간 한 달 “철저히 파헤쳐라” 조사 촉구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일 고 장자연 사건 수사에 축소ㆍ은폐나 검찰권 남용이 있었는지 본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는 8월 4일이다. 검찰이 한 달가량의 시간을 확보한 가운데 성역없는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은 6일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사건의 공소시효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검찰은 신속하고도 철두철미하게 재수사를 진행해 범죄자들의 죗값을 낱낱이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 수사 기록에서 ‘성 상납 강요’ 혐의를 입증할 핵심 진술이 있었음에도, 검찰이 관계자를 소환조사 하지 않아 결국 장자연 리스트의 인물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검찰도 국민의 뜻에 응했다. 청원게시판에는 여전히 장자연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장자연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며 당시 수사관들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네티즌들은 “공소시효 없이 수사해달라”, “사법질서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히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억울한 죽음에 불명예와 한을 풀어주기를 바란다”며 관련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장자연을 추행한 혐의로 전직 기자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목격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관련자들이 실체를 숨기려는 정황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남은 공소시효는 한 달이다.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 고인의 억울함이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고 장자연은 지난 2009년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드라마 PD, 방송 및 언론계 인사들과 대기업 금융업 종사자 유력 인사들에게 성 상납을 강요받고 폭행에 시달렸다며 실명이 담긴 리스트를 남겨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故 장자연의 전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 유 씨를 제외한 나머지 10여 명의 인사들은 증거가 불충분하단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아 의혹만 남긴 채 수사가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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