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아닌 ‘제한상영가’ 받아야”
2016년 ‘#영화계_내_성폭력’ 운동 있었지만
영화계 내 젠더감수성·성인지적 관점 여전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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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소재로 한 성인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이 5일 개봉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페미니스트 영화인 모임 ‘찍는 페미’가 “이 영화는 ‘제한상영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찍는 페미’는 지난달 28일 이 영화의 개봉을 반대하는 ‘#미투_상영_반대’ 해시태그 운동을 처음 제안한 단체다.
‘찍는 페미’는 6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윤리가 전혀 포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아니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선정성·폭력성·사회성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해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를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은 한 대학원생이 학술대회에 나가기 위해 교수와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찍는 페미’는 “영화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면 여성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성적 대상화 하고 소위 ‘꽃뱀’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영화가 “충격 결말”, “괴물”, “집착”처럼 선정적인 단어를 내세워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자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투’ 운동에 나서서 가해자의 성폭력 사실을 고발했던 피해자 여성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수식어가 ‘꽃뱀’입니다. 또 (사회에선) 고발자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그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상당수 있어 논란이 돼 왔습니다. 영화 제작진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영화 연출 방식은 피해자들을 옥죄는 굴레를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라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창작물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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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페미’는 특히 “‘미투’ 운동은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돼야 할 흥밋거리가 아니”라며 “‘미투’ 운동의 당사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영화 속 조연이나 볼거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속에서 숨쉬고 있는 인간이다. 그들은 지금도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항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인권이나 윤리 보다는 흥행, 수익 등의 성과를 우선시 하고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영화계의 풍토도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 ‘토일렛’이 제작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찍는 페미’는 “영화계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뚜렷한 업계로 단순히 남성이 여성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기 보다 현장에서 강력한 결정권을 가진 ‘헤드 스태프’나 비평계·학계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실권자들이 대부분 남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화를 제작, 상영하고 비평하는 데 있어 성평등한 관점이 침투하기 어렵고, 영화계에서 일하는 여성조차 문제를 제기한 뒤 받게 될 불이익이 두려워 눈 감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영화계에선 지난 2016년 ‘#영화계_내_성폭력’ 고발 운동을 통해 ‘찍는 페미’같은 페미니스트 영화인 모임이 만들어지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출범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여전히 ‘백래시’ 차원의 반격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찍는 페미’는 “(영화계 안에서) 많은 남성들이 ‘이것도 미투냐’라며 ‘미투’ 운동을 조롱하기도 하고, 2차 가해로 여성 인력이 현장에서 배제되기도 한다”며 “현재 조금씩 늘고 있는 영화계 내 성폭력 예방교육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영화계 대부분의 인력은 영화학과 졸업생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대학 안에서부터 젠더 감수성이나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투, 숨겨진 진실’의 영화배급사 ‘에스와이미디어’는 현재까지 해당 영화 상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에스와이미디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와 같은 비판이 일고 있는데 대해 “영화와 관련해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찍는 페미’는 앞으로 영화 상영관 앞 1인 시위, 후원·제작·홍보·배급사 등에 탄원 메일 보내기 운동 제안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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