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고(故) 장자연이 생전 전 총괄 매니저였던 유모씨(38)에게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토로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일 한국일보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진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수사와 관련자들의 각종 소송전을 거치면서 작성된 기록을 확보해 보도했다. 5048쪽에 달하는 고 장자연 사건 수사 재판 기록을 전수 분석했는데, 상당 부분은 지금까지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록들에 따르면 2007년 계약 이후 장자연씨는 최소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씩 술접대에 불려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09년 3월 15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진술조서에 따르면 같은 소속사 후배 연기 지망생으로 장자연과 친분이 두터웠던 윤모(31)씨는 "일주일에 많게는 4일, 적게는 2일 가량 기획사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갔다. 강남에서 이름 있는 술집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이 술집에서 일하냐고 오해할 정도였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의 술접대 지시는 여러 기록에서 스케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7월 1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진술조서에 따르면 고 장자연과 친하게 지냈던 이모(38)씨는 "김 대표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 스케줄이 있던 장자연에게 갑자기 태국으로 골프를 치러 오라고 했는데 자연이가 이를 거절하자 '많이 컸다. 일 그만하고 싶냐'라는 말을 했다"며 "김 대표는 이후 갑작스레 자연이의 이동용 승합차(기아 카니발)를 촬영 하루 전 처분했고 난감해진 장자연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진술했다.
고 장자연은 술접대 강요가 자신에게 집중되는 이유를 자신이 부모가 없어 보호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 여기며 더욱 괴로워했다고. 전 로드 매니저는 2009년 3월 23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어머니 제삿날인데도 술자리에 갔다'며 서럽게 울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장자연은 김 대표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매니저 유씨는 "소속사 사장이 전화해 30분 내로 오지 않으면 시간이 추가되는 만큼 맞았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장자연의 스타일리스트였던 이모(37)씨는 2009년 3월 15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어느 날 아침은 장자연이 눈가에 멍이 들어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답했다. 당시 김 대표의 폭력성이 소문나 '대표에게 맞았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고 장자연은 평소 신경정신과를 방문하는 등 사망 1년 전부터 우울증 약을 꾸준히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3월 31일 분당경찰서에서 지인 이모씨는 "사망 이틀 전(3월 5일)부터 사흘에 걸쳐 저녁에 먹어야 할 약 8일분을 몰아서 먹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고 장자연은 전 총괄 매니저로 독립해 기획사를 차린 유모(38)씨에게 찾아가 "요즘 많이 힘들다"며 눈물을 쏟았다고. 한국일보가 재구성한 2010년 9월 10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공판 조서에 따르면 유씨는 "자연이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하루에 손님을 몇 명을 받아'라고 물어보길래 '장사가 잘되면 많이 받겠지만 하루에 2, 3명쯤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라며 "그러자 자연이가 '그럼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고 장자연은 2009년 3월 기획사로부터 유력인사들에게 성 상납을 강요받고 수차례 폭행을 당하다가 유서와 리스트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해당 문건에는 ’장자연 리스트’라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2일 고 장자연씨 사건 수사에 축소ㆍ은폐나 검찰권 남용이 있었는지 본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shiny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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