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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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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데이트폭력 '삼진아웃제'…봐주기? or 엄정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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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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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검찰이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 대해 일명 '삼진아웃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복된 범죄에 엄정히 대처해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 "여성은 두 번까지는 맞아도 된다는 기준"이라는 반발이 나오면서 '삼진아웃제'가 때 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데이트 폭력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연인 사이 일어난 폭력 사건에 '삼진아웃제'를 강화 적용하기로 하고 전날부터 시행 중이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가 동일한 범행 전력이나 수사 중인 사건이 2회 이상 있을 경우 정식 기소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구속영장 청구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게 요지다. 두 번째 범행이라도 첫 범행보다 중한 정도로 행해지면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삼진아웃제'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데이트 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대다수(여성·쌍방 피해자 91.7%)인데다가 상해나 살인 등 중대 범죄로 커질 가능성이 큼에도 검찰이 가해자에게 두 번의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다.

정의당도 데이트 폭력 '삼진아웃제' 도입과 관련해 전날 논평을 내고 "데이트 폭력이 신고까지 됐다는 것은 이미 폭력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 번까지 지켜보겠다는 결정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같은 논란에 '삼진아웃제'라는 단어가 가져온 오해라는 입장이다. '삼진아웃제'는 2013년부터 실시돼 온 폭력사범에 대한 '삼진아웃'을 보다 강화 적용한 것으로, 2번까지 봐주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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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한없이 소중한 존재인 사람이 남에게 한 대라도 맞으면 그것 만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인데 어떻게 두 번까지는 봐줄 수가 있느냐"며 "삼진아웃은 원칙적인 기준일 뿐 살인 미수나 중한 상해, 죄질이 분명한 협박범의 경우 초범이라도 당연히 구속수사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 역시 "대검은 음주운전이나 폭행 등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범죄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계속 적용해왔다"며 "두 번까지는 당연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되 세번째부터는 더욱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이 그동안 데이트 폭력을 약하게 다뤄온 만큼 범행 빈도에 국한하는 제도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범행 예방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단 1회 폭력에도 신체 장애나 트라우마가 굉장히 큰 피해자가 많다"며 "법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은 예방적 차원에서도 굉장히 좋지만 빈도가 충족돼야 강력 처벌한다는 건 맞지 않다. 초범이어도 강경 조치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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