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방학과 다름 없는 징계…다시 마주칠 교수들 두려워”
사립학교법상 파면·해임 다음 정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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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올해 초 ‘미투운동(#METOO·나도 당했다)’이 불붙으며 대학가에선 교수들을 향한 성폭력 피해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교육당국이 가해자들에게 징계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며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떨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성희롱 및 성추행 추문 의혹이 불거진 교수 3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한예종이 3차례에 걸친 진상조상 끝에 유명 화백인 박재동 교수와 영화 '왕의 남자' 원작자인 김태웅 교수에게 각각 정직 3개월, 시인 황지우 교수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박 교수는 수업 중에 여러 차례 성희롱 발언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김 교수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관계와 관련된 농담을 하는 등 성희롱한 사실이 인정됐다. 황 교수 역시 수업 중에 학생들의 성적 수치심과 심리적 불편을 유발했다고 한예종 징계위원회는 판단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중징계’의 뜻을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한예종 재학생 성모(32)씨는 “정직 3개월이면 방학 기간 동안 쉬다가 나오면 그만인 것”이라며 “이들이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때 학생들이 느낄 불안감을 학교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박모(25)씨는 “학과마다 다르지만 교수가 학생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학생들은 취업 때문에 교수에게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데 문제 교수들이 고작 3개월 쉬다 나온다면 교수의 성추행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투 폭로가 터진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학생 인권침해 및 성폭력 의혹을 받는 서울대 H교수에겐 2번의 걸친 징계심의 끝에 지난달 1일 정직 3개월 징계가 내려졌다. 이에 사회학과 대학원생 10명이 자퇴서를 제출하는 등 학생들의 강한 반발이 잇따랐다. 올해 3월 제자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온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K 교수에 대해서도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에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및 국문학과 사건대책 위원회는 “범죄자는 1초라도 고려대 교수로 있을 수 없다”며 “학교는 3개월 정직이 아닌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력 의혹 교수들의 징계가 하나 같이 3개월 정직에 그치는 이유는 사립학교법에 있다. 사립학교법 제61조에 따르면 징계는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으로 정해져 있다. 파면과 해임을 제외하곤 정직 3개월이 가장 높은 징계로, 교육당국이 정직 3개월을 ‘중징계’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대학 당국이 교수를 파면하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면 자체적으로라도 징계 수위를 늘릴 수 있는 방안 찾아야 한다”며 “그러한 노력 없이 학생들에게 정직 처분을 ‘중징계’라고 말하는 것은 반감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올해 미투운동을 계기로 교원의 징계 수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원 징계 수준을 다양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없는 상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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